[대구논단]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인문학적 접근, 취지공비집지공함(吹之恐飛執之恐陷)
[대구논단]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인문학적 접근, 취지공비집지공함(吹之恐飛執之恐陷)
  • 승인 2023.09.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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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 행복학교 교장
최근 OECD가 발간한 ‘한국의 지역 정책 발전 방향(Adapting Regional Policy in Korea)’의 내용을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2년 후인 2025년, 우리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60년이면 인구 절반 가까이가 노인이다. 도시가 아닌 지역은 인구 소멸로 교육·의료·편의 기반 붕괴를 걱정해야 하고, 서울·부산·대구 같은 대도시에서도 인구가 큰 폭으로 줄어든다.’ 이는 ‘삶의 질’ 측면에서 지역적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더구나 한국경제학회는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성 개선이 부진할 경우 2050년에는 0%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민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이민청 설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저출산, 고령화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하여 정부와 학계에서는 여러 의견을 말하고 있다. 특히 결혼과 출산에 대한 장려책과 인센티브 도입 등 제도적인 측면에 밀도 높은 집중을 하고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측면의 보완과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은 절실하다.

하지만 정부의 제한된 예산과 지역적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살펴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경제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던 부모님 세대와 선진국의 대열에 있는 오늘, 충분히 더 윤택한 생활을 함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출생률은 심한 차이를 보인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설문조사의 결과를 볼 때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는 출산·양육의 부담을 찾을 수 있다. 높아지는 물가와 안정되지 못한 고용상태에서 결혼하는 것은 젊은 세대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또한 출산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2018년 이후,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해도 자녀를 가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 비중은 53.3%로 2018년(46.4%) 대비 7.1%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기존 전통적인 가족의 중요성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독립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MZ세대들에게 결혼관을 두고 무엇이 옳고 그름을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의 삶, 트렌드를 함부로 재단하여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국가 존망의 기로까지 말하는 현시점에서의 시각 변화에 대한 노력은 부단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갖지 않음으로써 얻는 효용 가치의 1순위를 경제적 자유, 독립이라고 젊은 세대들이 생각한다면, 정부에서는 아이를 가짐으로써 얻는 소중한 가치를 더 많이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얻는 가장 큰 기쁨이 무엇이냐고 인생의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나를 닮은 자식을 낳은 것이라고 말하며, 그들의 성장을 보면서 나의 뿌리를 찾고 미래를 함께하는 기쁨이라 말한다. 공수래공수거의 인생에서 하나 남긴 것이 있다면 바로 소중한 자식이다.

부모로서의 헌신을 자기희생으로만 해석하면 안 된다. 자식을 낳고 기름으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기쁨은 형언할 수가 없다.

‘취지공비집지공함(吹之恐飛執之恐陷)’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순오지(旬五志)’라는 고서에 나오는 말이다. ‘순오지’는 중국 남북조 시대, 허창이 저술한 책이다. 이 말은 ‘불면(吹之) 날아갈까(恐飛) 두려우며, 잡으면(執之) 꺼질까(恐陷) 두려워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어린아이를 기르는 과정에서 느끼는 부모의 사랑과 걱정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지만, 인간의 삶과 관계, 그리고 사랑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면 세상을 살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정답은 없다. 그리고 옳고 그름도 개인의 환경과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라지고 이별해야만 하는 많은 것들을 사이로 변하지 않는 기쁨의 샘은 바로 가족이라는 점이다.

자식이 자라 성인이 되면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부모가 나이 들면 자식이 보호자의 입장에 서기도 한다. 세상 이런 아름다운 관계가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고, 세상 누가 뭐라 해도 든든하게 나를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가족뿐이다.

한 집안을 꾸민다는 일은 지속가능한 행복을 짓는 일이다.

아이는 당신의 미래일 뿐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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