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치인의 단식
[데스크칼럼] 정치인의 단식
  • 승인 2023.09.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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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수 서울본부장
전통적으로 야당 당대표나 정치 지도자가 목숨 걸고 단식해왔다. 단식의 명분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야당대표가 단식하면 정치 도의상 여당은 단식장을 찾아가 당장은 어렵지만 우리가 당신들 주장을 받겠으니 단식을 중단해 달라는 협상으로 마무리했다.

정치인 단식하면 떠오르는 게 YS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이다. 무소불위의 5공 정권과 독재에 항거하는 뜻에서 1983년 23일간 단기 필마로 목숨까지 건 단식 투쟁을 했다. 대한민국 역사를 바꾼 상징 적인 단식 투쟁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구속 인사의 전원 석방과 해금, 해직 교수 및 근로자와 제적 학생의 복직, 복교, 복권, 언론의 자유, 개헌 및 국보위 제정 법률의 개폐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이어갔다.

YS의 단식 소식은 가택연금 상태에서 언론도 철통같이 통제되어 외신을 통해알려 졌다. ‘준비없는 단식’의 후유증으로 잔변이 위장 벽에 말라붙어 7일 뒤부터 떼굴떼굴 굴렀다. 전두환 정권은 단식 7일차 김영삼을 서울대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 단식 23일 뒤, 고 김수환 추기경 등 각계 원로들의 진심 어린 권고를 받아들여 단식을 중단하고, 그는 오래 동안 그 후유증에 시달렸다. YS의 23일 단식은 전두환의 무릎을 반쯤 꿇게 만들었다. 그 후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단식을 시작했고 8일을 넘기자 YS는 그를 위로하러 갔다. 그때 참으로 역사에 남을 명구를 남겼다. “최 대표, 굶으면 죽는 데이…” 참 YS다운 멘트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지명되었던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이 SNS에 올린 ‘13일째 단식의 아픈 추억, 오늘은 이재명 대표가 한없이 부럽다’는 글이 화재다. 그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재학중 “전두환 정권 타도하자”라고 외치면서 불법 시위를 주도하다 집시법으로 구속되었다. 대학3학년 만19세였다. 구속 후 영등포구치소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1차 고비는 대략 4일째부터 왔다고 한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현기증이 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러너니 생각했는데, 정작 심각한 것은 머릿속에 다른 생각은 하나도 안 나고 온통 먹을 것만 떠올랐다.”, “특히 어릴 적 먹고 싶었던 가지가지 음식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랐다. 짜장면, 불고기, 단팥죽, 만화방 오뎅, 그 빛깔과 모양, 그 냄새, 씹을 때의 느낌. 정말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정말 지옥이었다. 그래도 운동권 가오를 잡느라 이를 물고 버티고 버텼다. 13일이 최종 한계였다. 그냥 쓰러졌다”고 한다. “눈을 떠보니 구치소 양호실이 었다. 의식이 회복되자 구치소 담당은 나를 다시 방으로 돌려보냈다.”

그 후 감방에 있던 ‘고추장’이 문제였다. “0.7평 방구석에 박혀 있던 고추장 봉다리가 자꾸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온 몸이 달아올랐다. 당연히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뭔가 ‘먹자 귀신’에 씌어서였을것이다. 그만 너무 맛있겠다는 생각에 먹고 말았다.”, “그래도 고추장을 그냥 먹으면 안될 것 같아 물에 희석을 시켜서 벌컥벌컥 들이 켰다. 그 순간 위장이 폭발하는 느낌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다시 눈을 뜨니, 담당 의사가 연거푸 소리쳤다. “이런 미친 새끼 봤나” 다행히 살아난 것이다. 나는 이때 한 번 버려버린 위장때문에 평생 고생을 하며 살고 있다.”

그는 “이재명 대표는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나이 60, 게다가 당뇨까지 앓고 있는 분이 단식 13일째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쌩쌩하다. 검찰조사도 받았다. 건강한 몸도 검찰 조사받으면 탈진하는 데. 나는 19살, 기운이 하늘을 찌를 때도 13일을 넘기지 못했다. 오늘은 이재명 대표가 한없이 부럽다.”로 끝맺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단식 19일만에 건강악화를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다. ‘민주주의 수호, 오염수 방류’를 내걸고 단식을 이어 가고 있다. 단식 전날 이대표는 민주당 지도부와 목포를 찾아 횟집에서 수산물로 식사를 해 구설에 올랐다. 12일 오후, 단식 13일째는 수원지검에 출석해 검찰조사까지 받았다. 그의 단식은 죄를 짓고도, 그 물타기를 위해 방탄에 골몰하다 뜬금없고, 명분도, 목표도, 진정성도 없는 단식까지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단식을 그만 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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