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갤러리] 무시무종(無始無終)
[대구갤러리] 무시무종(無始無終)
  • 승인 2023.09.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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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업을 통해 자신이 교감하는 세계를 담아낸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이 예술적 가치를 지닌 오브제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문화적 문제가 담기기도 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가 담기기도 한다. 내용이나 형식적인 면에서 시대의 커다란 이슈보다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의 작업이 주가되는 방향으로 진행 시키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과거의 미술이 주로 동시대적인 에피스테메나 미술사적인 문제를 작품의 모티브나 주제로 삼는반면 나는 주변의 사소한 이야기나 개별적인 관심거리를 작품의 주요한 동기로 가져온다. 이로인해 나는 작업의 주제나 성격에 따라 평면, 입체, 설치등 다양하게 매체를 활용 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 작업에 일관되게 등장하고 있는 재료는 동물의 털이다. 동물의 털과 금속이라는 대립된 재료의 사용은 앞으로의 작업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서로다른 물성의 조합은 서로를 배척하고 방해하는듯 하지만 어울어져 하나의 물성으로 또는 우리의 의식에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그 반대의 것으로 치환한다. 이과정에서 이분적 구도가 해체되어 하나로 통합되며 금속이나 동물의 털이 갖는 성질을 작품 속으로 끌여 들이기 위해 금속에 가해지는 물리적 힘의 강도, 사포나 기계외의 다른 도구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금속판이라는 잔상이 털과 어울어져 만들어내는 효과를 극대화 시키게 된다. 또한 크기나 화면구성의 변화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자 한다.

나의 작업은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닌 '우리' 즉 더블어 사는 삶속에서 무엇을 나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을 관객과 함께 상상하고, 즐기고, 놀이하며 소통 할 수 있는 사물, 즉 오브제를 통해 직설적이며 때로는 은유의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 작업은 우리게게 익숙한 오브제를 활용함으로써 그 오브제와의 관계속에 담긴 의미를 쉽게 파악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드러냄과 지움의...) 나는 미술의 문맥속에서 현대(인)의 모순과 부조리를 드러내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 그러므로 내 작업은 끝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참회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나가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것의 목표는 '우리'라는 공통의 감각을 일깨우는 작업의 시작이자 결과이기 때문이다. 내작업은 '이것이다'가 아니라 '이것일수도 있고 저것일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의 작업에서는 일상에서 대립되는 이미지로 다가오는 오브제에 물리적 힘을 개입시킴으로써 재료가 그 자신의 물성을 넘어 하나로 조율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나의 작업들은 '나'와 '너'의 탈주를 통해 조응하고 대립하며 외면과 충돌을 거쳐 '우리'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자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작업은 나에게 무시무종(無始無終)의 화두다.

작가사진
서영배 작가
※ 서영배 작가는 대구예술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대구 B커뮤니케이션 초대전 등 9회의 개인전과 대구 대구문화예술회관 '세라비'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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