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애기동백
[좋은 시를 찾아서] 애기동백
  • 승인 2023.09.26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은아 시인

천사대교 건너니

천사처럼 반기는 애기동백

고향을 찾아온 나에게

끊을 수 없는 인연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해풍에 몸 맡기고 사람들 발길 닿는 곳에

여기저기 얼굴 내밀고

보란 듯이 위풍당당한 자세

부끄러움은 어디 갔나?

가을을 보내고 피어난 산다화야

아무렴

눈물은 발아래로 떨어져도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고귀한 사랑, 가슴에 품은 너를 보고

발길 떨어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다시 또 오련다.

◇김은아= 201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11년 ‘시와사람’등단.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수상. 광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 ‘흔들리는 햇살’, ‘흰 바람벽’.

<해설> 체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시는 천사대교를 건너가서 어느 섬에서 만난 동백을 그려놓고 있다. 그러나 동백이 아니라 자신의 동백 같은 심정을 적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섬이 고향일 것도 같은 시인의 눈에 옹기종기 모인 꽃들은 자신을 반기는 사람의 동작인 셈이고, 섬의 향기 그 자체일 것인데, 아무튼 그런 자신을 반기는 꽃의 감정을 읽은 시인 또한 그들에게 “산다화야”라며 말을 건네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는 그런 시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쓰는 시들이 대개 감정의 나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인은 그런 감정으로부터의 탈출을 “또 오련다”라는 고백적 진술 한마디로 응축하고 있다. -박윤배(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