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청년층 고용률이 낮은 이유
[수요칼럼] 청년층 고용률이 낮은 이유
  • 승인 2023.10.03 20: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우리나라의 전체 고용률은 2023년 8월 기준 63.1%로 올해를 기점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15세에서 29세의 청년층 고용률은 47%로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용률은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로 산출하는데, 따라서 청년층의 절반 이상이 취업을 하고 있지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층 남자들은 군대도 다녀와야 하고, 대학 진학률이 약 76%로 다른 어느 국가들보다 높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 취업을 하는 청년층 비율은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청년층 실업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청년들이 만족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들 수 있다.

청년들이 처음으로 얻은 일자리 중 1년 이하 단기 계약직인 경우는 2015년 21%에서 2023년 29.6%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기업 입장에서 직무에 대한 경험이나 경력이 없는 청년들을 바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분명 위험성이 있다. 정규직 직원의 업무수행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청년층 고용에 대한 정부지원이나 혜택 등을 누리면서, 고용과 계약 종료를 반복하여 직원 수를 유지하는 기업도 일부 존재한다. 여기에 2년을 초과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전환해야 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은 근로계약을 2년 안에 종료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이러한 고용풍토가 청년층의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단기 계약직으로 입사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면 이러한 고용형태는 일자리 시장의 근간을 흔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계약직 즉 비정규직은 계속해서 비정규직으로 남게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면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니라면 취업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마치 다른 계층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동일한 과업을 수행하는 입장에서 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고용형태의 차이일 뿐인데 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직장에서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모두 동일한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급여와 처우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라 생각한다. 동일한 과업을 수행하면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노동의 공정성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은 이러한 공정성이 무너져 있다. 오히려 정규직이기 때문에 더 나은 급여와 처우를 받아야 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계약직으로 사회 첫발을 내딛는 청년층의 고용률을 결코 증가시킬 수 없다. 청년층에게 고용에 대한 혜택을 주는 것은 설령 효과가 있다하더라도 일시적일 뿐이다. 지속적으로 대한민국의 고용시장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혁신적이고 체계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청년층에 대한 제대로 된 진로교육이 절실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진로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곳이 없다. 즉 진로교육은 지나칠 정도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형식적인 진로교육에 그치고 있다. 많은 진로교육들은 직업을 탐색하거나 적성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청년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은 단지 경제적 측면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은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실제로 고령층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을 가진 사람이 주관적으로 더 건강하다고 느끼고, 스트레스 정도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일은 단순히 돈을 번다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의 의미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노동시장에서 청년들의 역할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다. 그들이 일을 배우고 경력을 쌓아야 대한민국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느낀다. 현재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선제적 관점에서 청년층의 고용을 바라보길 기대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