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거울
[좋은시를 찾아서] 거울
  • 승인 2023.10.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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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성 시인
김규성 시인

거울은 내 얼굴만 한 크기면 충분했다큰 거울 앞에 서면나 말고도 다른 것들이 함께 보였다이를테면 뒷벽을 배경으로 한화분이나 세면도구, 낡은 책 같은 것들이었다 그 틈에서 나는그들의 소품 아니면 들러리였다 그런데도 나는넓고 크고 테가 굵은 새 거울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전생이나우주만 한 거울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그러나 내 작은 얼굴은졸졸 흐르는 개울물에서도흔들리지 않게 찬찬히 볼 수 있었다그 속에는 하늘의 얼굴도 있었다

◇김규성= 2000년 《현대시학》등단. 시집 『중심의 거처』 외 7권.

<해설>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놓고 거울 속에 들어오는 배경들을 통해 주인이어야 할 자신보다 배경에 종속되는 자신의 허망함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해서 시인은 거울의 크기를 자신에 얼굴 크기만 하면 된다고 고백한다. 이 얼마나 진솔한 고백이자 큰 깨달음인가. 커다란 것이 작은 것을 늘 이기는 것은 아니다. 화려하다는 것이 소박한 것을, 이기는 것도 아니다. 거울이란 것은, 시인에게 있어 자신을 바로 보는 반성의 도구이자, 나르시스의 감옥이다. 요즘 문제가 많은 교육 현장에서도 교실 뒷줄에 앉아 수업 중에도 손에 든 거울을 들여다보기 바쁜, 엇나간 아이들을 시인에 시 속 졸졸 흐르는 개울물로 데려가 자신에 얼굴을 비춰 보게 하면 어떨까 잠시 생각해 본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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