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김가연 디자이너, 철학적 사고 기반, 지방의 ‘숨겨진 가능성’을 찾다
[나는 청년입니다] 김가연 디자이너, 철학적 사고 기반, 지방의 ‘숨겨진 가능성’을 찾다
  • 윤덕우
  • 승인 2023.10.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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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서 인연의 소중함 배워
예술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
시각디자인 대학원에 진학”
디자이너간 협업·연대 목적
협동조합 ‘와이낫츠’ 설립
지역 디자이너의 비빌언덕
플랫폼 ‘프리디랩’도 개설
“지역색이라는 틀 벗어나야
더 많은 의미 읽을 수 있어”
가연 디자이너1
김가연 디자이너(사진 맨 왼쪽)가 협업과 연대를 위해 만든 와이낫츠협동조합 동료 디자이너들.

◇전문가의 정의

전문가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 전문가란, 특정 분야의 일을 줄곧 해 와서 그에 관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필자가 ‘나는 청년입니다’를 통해 만나온 청년들 중 상당수의 청년들은 전문가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3월 8일에 소개한 메타버스 커뮤니티리더 서승완 대표는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사회가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실천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이 전문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전문가로 인정받는 시대는 저물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3월 7일에 소개한 SNS 및 인공지능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정보근 대표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계속적인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타이틀의 수명은 매우 짧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전문가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년들의 설명에는 분명한 두 가지 전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첫 번째 전제는 사회 각 분야에서 목격되고 있는 ‘변화의 속도’였고, 두 번째는 ‘그 속도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다시 말해 현대 사회에서 재정의 될 전문가의 정의에는 ‘단순히 지식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 그 지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분야와 연결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 청년들의 설명이었다.

◇아이디어에서 형태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많은 청년들은 여전히 자신의 전공이나 전문분야에 매몰된 채로 미래를 답답해한다. 이런 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아직도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체감하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확실성은 ‘불확실성’ 그 자체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한 사고와 적응력이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분야의 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상황에서 통용되는 통찰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다. 필자는 미래를 답답해하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세상은 너무나 넓고, 가능성은 무한하다. 자신의 전공이나 전문분야는 단순한 도구일 뿐 그것으로 어떤 무대에서 어떤 연주를 할 것인지는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청년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오픈 마인드’와 ‘다방면의 통찰력’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사실 이렇게 조언하는 필자 또한 청년이기에 청년들이 일반적으로 느끼고 있는 불안은 필자도 느끼고 있는 익숙한 불안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오픈마인드와 다방면의 통찰력이 청년들의 불안을 상쇄시켜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최근 필자의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준 청년을 만났다. 경산에서 만난 김가연 디자이너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결단력으로 자신의 전공영역을 넘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김가연 디자이너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점은 20대 초반에 공부했던 시간들을 새로운 영역에서 더욱 가치롭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철학을 전공하면서 ‘인연’이라는 단어에 정말 많은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곤 했어요. 세상의 균형과 인간의 연결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삶의 진정한 가치와 행복을 찾아나가는 여정이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이었거든요. 각각의 인연들이 이어져 ‘커뮤니티’를 이뤄나가는 장면들을 예술로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과감히 진로를 전향했죠. 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방식도 하나의 방법이고,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디자인으로 표현한 방식에 더 확실한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점을 선으로, 선을 면으로 이어나가며 단단한 인연들을 맺어주고 있는 김가연 디자이너

돌이켜 봤을 때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세련된 사고방식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인재가 되고 싶다는 정체모를 기대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동·서양 철학에 매료되어 대학생활을 보내던 중 디자인의 영역에 새로운 관심이 생긴 김가연 디자이너는 겉보기에 상반된 이 두 분야가 사실은 깊은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했다.

“전공을 전향하기 전에 흔들리지 않고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철학과 디자인의 연결고리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철학은 ‘왜’에 대한 깊은 탐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디자인은 그 ‘왜’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지에 대한 탐구라는 점을 발견하게 된 거죠.”

그렇게 대학원(시각디자인학과)에 진학하여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이너들의 커뮤니티를 경험하게 된 김가연 디자이너는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지역은 디자이너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지역에서 양성된 우수한 디자이너들은 지역에서는 일 할 곳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가지게 된 의문이었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집단 모두 수도권이 완전한 시장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장면들이었다고 말 했다. 이러한 장면들은 지역과 지역의 디자이너들이 인연을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고, 지역의 디자이너들이 지역과의 인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디자인 영역도 매우 다양해요. 디자이너들의 협업과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죠. 그런데 지역은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연대하고 협업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개별단위의 작은 프로젝트는 지역에서도 만들어지고 실행되지만, 진짜 가슴 설레는 프로젝트는 판 자체가 대부분 수도권에서 만들어 지거든요. 저는 이 원인이 지역에서 판 다운 판이 못 만들어진 상황에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그런 판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디자이너들의 연대 작업을 해 보기로 했죠. 사실 이 자체도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들의 연대를 다자인 하는 작업... 상상만으로도 설레지 않나요?”

김가연 디자이너와 그의 동료들이 만든 협동조합 와이낫츠는 이러한 생각들과 공감대가 모여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이 협동조합의 리더는 아니에요. 그냥 구성원이죠. 구성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자주 풀어내곤 합니다. 이때마다 저는 제가 철학 전공자라는 것을 스스로도 느끼곤 해요. 서로의 생각을 한데 모아서 그것을 바탕으로 각자의 포지션에서 어떤 역할을 해 나가야 할지 정리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죠”

와이낫츠는 올해 5월부터 ‘프리디랩(프리한 디자이너들의 실험실)’이라는 이름으로 디자이너들의 온·오프라인 일감연계 플랫폼을 만들어, 지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쳐나가길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비빌언덕이 되어주겠다는 신념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여기에서 김가연 디자이너는 지역에 점처럼 흩뿌려져 있는 동료 디자이너들을 선으로 연결하고 연결된 선으로 면으로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성장 또한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저를 정통한 디자이너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누가 뭐라면 어때요? 제가 가장 가치롭게 생각하는 키워드인 ‘인연’을 바탕으로 디자이너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판 자체를 디자인한다면 그것 보다 더 훌륭한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저는 와이낫츠 동료들과 함께 지역의 디자이너들의 미래를 함께 디자인해 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이 일이 철학 전공자로서, 디자인 전공자로서 제가 꿈꾸는 미래와 전문가로서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가장 확실한 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철학을 공부한 디자이너, 자신의 성장을 디자인 하다

“정답이 없는 세상이잖아요. 지역의 디자이너라고 해서 지역에 너무 심취해 버리면, 지역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죠. 때로는 지역색을 완전히 감추고 그 안에서 지역을 발견하게 하는 관점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둥글게 둥글게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둥글게 둥글게 편견 없이 지역을 바라보다 보면 지역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더 많은 메시지와 의미를 담음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다학문적 사고로 로컬의 한계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과 소신으로 지역 디자인 업계에 신선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김가연 디자이너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황에서 지역에 필요한 전문가란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진정한 의미의 혁신가였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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