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부모
[좋은 시를 찾아서] 부모
  • 승인 2023.10.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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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비 온 날, 강이 말했다



-흙탕물과 쓰레기와 고통을 흘려보내서 죄송해요.



바다가 다독여 주었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너는 강이지만, 나는 바다야. 다 받아.



◇김정원= 전남 담양 출생. 영문학박사. 2001년 ‘녹색평론’에 시를 발표하고, 2006년 ‘애지’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아심찬하게’외 다수, 동시집 ‘꽃길’이 있음. 수주문학상 등 수상.


<해설> 설명조의 어떤 가르치려는 말보다도 대화의 문답 형식으로 이루어진 시다. 이 시는 부모에 심정을, 진정성 있는 품을 통해 세상의 여러 막막하고 갑갑한 현상들을 한꺼번에 다독여 주는 그런 시다. 공감대 측면에서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바다의 본질과 부모의 본질을 연결한 철학적 사유가 이만하면 놀랍지 않은가. 한편 동시 같으면서 어른이 읽어도 무방한 세계를 품고 있어서 철썩철썩 굽이치면서 밀고 당기는 파도를 거느린 바다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자식인 강이 흘려보내는 고통을 받아 삼키다가 어느 날 부쩍 늙어버린 부모의 얼굴에 왠지 마음이 짠해졌다면 부모를 모시고 바닷가에 가서 제철 회 한 접시 썰어놓고 해풍에 주름살 몇 개를 펴게 해드리고 싶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시이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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