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교사 사망과 순직
[생활법률] 교사 사망과 순직
  • 승인 2023.10.0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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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부동산·형사 변호사
등산로로 출근하던 선생님이 성폭행범에게 살해당한 뉴스, 선생님들이 업무 스트레스 및 괴롭힘으로 인하여 자살이 속출한다는 뉴스가 많아지는 가운데 서울 모 초등학교 교사가 근무시간에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으나 순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많은 교사들은 ‘근무시간 중 학교에서 쓰러져 사망하였는데 순직이 인정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사망하여야 순직인가, 교직 문화 특성상 초과근무를 등록하지 않고 퇴근 후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고 뇌출혈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촉발되는 대표적인 과로성 질병인데 교사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결정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근무시간에 개인 지병으로 사망하면 순직이 아니다, 회사원들은 근무량도 더 많고 일 년 2번 방학도 없으며 9~6 근무에 바빠서 점심도 제대로 못 먹을 때가 많은데 한심한 소리다’라는 일반 직장인들이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사단체는 순직 인정비율에 있어 공무원 평균 54%임에도 교사는 24%로 유독 순직 인정비율이 낮아 불리한 처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근무조건 상이에 따른 통계 착시에 불과하다. 공무원 통계에는 소방공무원 64%, 경찰공무원 62% 순직 비율이 포함된 것이고, 이들 특수직 공무원은 위험 업무 수행 및 그 후유증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높아 순직 비율이 높은 것이고, 위험 업무를 제외한 사무실 근무 중 사망에 대한 순직 인정 비율은 교사들과 큰 차이가 없다.

교사, 공무원, 일반 직장인 등이 근무 중 뇌출혈로 사망한 경우 ‘근무시간 중 사망’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고 ‘뇌출혈과 근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가 순직 인정(일반인의 경우 업무상 재해 사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과로로 인한 뇌출혈의 입증이 어럽기 때문에 뇌출혈로 인한 순직 인정은 매우 힘들고 교사에게만 박하게 처리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판례는 공무원에게 평소에 정상근무를 전혀 불가능하게 할 정도가 아닌 기초질환(예, 고혈압)이 있는 경우라도 특히 직무의 과중이 원인이 되어 그 질병의 자연 진행의 정도가 급속하게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는 순직으로 보고 있다. 위 판례 등을 고려하면 교사가 근무 시간 이외에 집에서도 많은 업무를 처리하였다는 것이 입증되어도 당연히 순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종전에 수행하던 업무보다 사망 전에 수행하던 업무가 급격히 늘어났고 그 점을 망인이 힘들어 하였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뇌출혈 사망이 순직으로 인정될 확률이 그나마 있다.

한편 등산로로 출근 중 성폭행범에게 살해당한 교사가 순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문제된다. 판례는 출근 중 사고 사망의 경우 순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출근의 경로는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이 전제 조건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 중 사고, 정상적인 출근 경로를 통한 자가용 출근 중 사고로 인한 사망의 경우 순직이 인정된다. 그런데 이 건의 경우 ‘등산로’를 순리적인 출퇴근 경로로 보기에는 매우 힘들어 순직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

교사 자살이 순직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판례는 “우울증을 앓던 공무원이 자살행위로 사망한 경우에, 공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정상적인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한 사람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한 사람의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자살 무렵 망인이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을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교사에 대한 과도한 민원제기로 인한 자살 사건의 경우 민원 제기로 인하여 그 무렵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 및 평소 행동의 변화가 발생하였다면 순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많다.

끝으로 교사 자살 뉴스가 늘어나면서 정신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자살 선택은 특별한 것이 아니구나'라고 오판하지 않도록 과도한 자살뉴스 보도는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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