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올라온 한 토막 은갈치
살점 떼어 입에 넣지 않아도
짭쪼름하다
왕년에는 한가락 했다는
바다 냄새가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나
소금 한 움큼에 염장 당하고
관 뚜껑 닫고
외롭다고 느껴본들
다시 헤엄칠 바다는, 멀기만 한 것을
밥상 위 누워서 곰곰이 잠긴
생각의 흐물한 살점을
마주 보는 일이란 뒷전의 슬픔인 것
밥맛 없을 때나 찾는 칼칼함에
고스란히 남겨진 것은
아래위 잘려 잎 떨군, 겨울 미루나무
빠른 손길이 훑고 지나간 것인지
바람든 뼛속이 시리다
◇정연희= ‘서정문학’ 등단.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달빛 조각이 심장을 두드릴 때’가 있음.
<해설> 정연희 시인은 앞서 소개한 전기웅 시인에게 시를 배운 시인이다. 계보로 따지자면 나에게 있어 손녀 시인인 셈인데,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전기웅 시인만큼이나 따듯한 심성을 가진 시인이다. 시인의 사랑은 그 진동과 폭이 커서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먼 우주에까지 사랑의 향기를 풍긴다. 반면 예리한 직관 또한 만만치 않은데. 그 바탕에는 살아있는 오감을 통해 시적 소재들과의 소통을 이루려는 어떤 노력이 시의 맛을 더하고 있다. 일상의 밥상에 올라온 갈치젓갈을 죽은 갈치에서 산 갈치로 불러내는 상상력은 뒷전의 슬픔을 떠올리게 하는가 하면 잎 다 떨군 겨울 미루나무의 형상을 연결하므로 갈치젓갈이 된 갈치를 통해 자신의 저릿한 뼈를 공감각적으로 느끼고 있다.
-박윤배(시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