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학교전담경찰관의 새로운 역할이 잘 이루어지려면
[교육논단] 학교전담경찰관의 새로운 역할이 잘 이루어지려면
  • 승인 2023.10.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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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지난 6일 대통령실에서 ‘교권 보호 4법 개정 계기 현장 교원과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대화의 내용 중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한 학교폭력이 교육의 영역이 아닌, 경찰로 이관될 내용이라는 입장이 화제다. 윤 대통령은 교사와의 대화에서 학교 안에서 발생한 사건은 학교전담경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학교폭력 해결에 대한 외부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을 나누었다. 그 외에도 윤 대통령은 학교 밖의 사안은 경찰로 이관되어서 처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현재는 학원, 놀이터 등 학교 밖에서 일어난 사건들도 사실상 학교폭력으로 간주하여 학교에서 처리하고 있어서 학생과 관련한 사건 대부분은 학교의 책임인 셈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발표 등 지금껏 각종 정책의 발표를 통해 엄벌주의의 가해 학생에 대한 엄벌주의는 이미 최고조에 다다른 상황이다. 이미 학교폭력 가해자는 원하는 대학도 진학하지 못하고, 경기 참여 등 운동선수로서의 생명을 이어갈 수도 없고,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기도 한다.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학교의 해결력이 부족하고, 이에 따라 고통받는 교직원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분명한 사실이다.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안타까운 교사의 자살 사건들 역시 대부분 학폭 사안과 관련이 있다. 학폭과 관련하여 학부모 사이의 고소가 난무한 것 역시 학교가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 주체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전담경찰관(School Police Officer: SPO)의 역할 강화는 좋은 방안일 수 있다.

학교전담경찰관(SPO)은 2012년 6월에 도입된 제도로 경찰전문 인력이 각 학교를 관리하면서 학교 내외의 학생 대상의 폭력, 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 대응하고 근절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SPO에게는 특별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캠페인에 참가하는 등의 역할이 주어진다. 학기 초 각 교실에 학교전담경찰관 사진과 연락처 등의 자료를 붙이고, 연 1회 정도 방송 등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 교육이 실시되고, 몇 번의 학교 앞 캠페인에서 우리 학교의 학교전담경찰관을 본 기억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교전담경찰관 제도가 학교에서 실효성 있는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여러 연구자의 연구를 통해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실상 현재 학교전담경찰관이 맡은 학교가 12개에서 15개에 이른다. 전교생 수를 따지면 300명 정도의 작은 학교만 12개를 맡았다 해도 최소 3,600명을 한 명의 SPO가 담당하는 셈이다. 많은 연구자가 가장 큰 문제로 인력 및 예산 부족을 들고 있으며, 다음으로 대부분의 SPO가 단발적 온라인 교육에만 참여하는 경우가 많고 전문성 부족을 말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들이 경력 채용으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SPO도 최대 5년가량이 지나면 이동, 승진 등으로 인사이동이 잦은 것도 또 다른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선도 프로그램의 효과성 검증 부족으로 SPO에 대한 신뢰성 저하 문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역시 전문성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보인다.

사실 SPO가 전문성이 없는 경우 학교폭력의 처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또 다른 걱정거리를 낳기 때문에, 학교로서는 김빠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SPO 대부분이 업무 고충으로 전문성 부족 이야기를 하는 것이 사실이다. SPO들은 수사 연계에 대한 실질적 역할이 없음을 토로하기도 하고, 부모나 학생에 대한 강제적 업무 수행 권한이 없는 것, 각종 프로그램 진행에 대한 추진의 어려움, 상담이나 예방 교육에 대한 부담 등을 이야기한다. 이에 더해 예방적 강의, 선도 프로그램, 위기청소년 상담이 업무 중복이라는 생각들도 드러난다. 학폭과 관련하여 이들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 현재의 SPO 선발 및 운영 정책으로는 결국 학교가 떠안았을 때 발생하는 똑같은 구조적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과 현장 교원과의 대화 이후 교육부는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을 강화하여 학교폭력 문제 대응 및 해소에 이바지하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지난 11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은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다루어야 하는 것이지, 경찰에 일임한다는 것은 즉흥적이고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는 등의 의견이 개진되기도 하였다. 글쎄 도대체 누가 현실을 모르는지, 학교가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권위가 아직도 있다고 믿는 국회의원들의 현실감각이 의문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학교폭력을 지원하는 SPO의 새로운 역할과 이러한 중책의 역할들이 잘 이루어지기 위한 교육부의 방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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