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고양이는 이발소를 바라보고 있다
[좋은 시를 찾아서] 고양이는 이발소를 바라보고 있다
  • 승인 2023.10.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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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핀 시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사랑이야

미치지 않고

서로를 놓아버리는 방법이 있기는 할까

수만 갈래로 흩어지다 다시 덩어리가 되는

물의 내력을 짚어 낼 수는 있을까

우리는 늘 낯선 이름으로 불리고

서로가 서로를 더 낯설게 바라보고 있지

서성거리는 주변 같은

다시는 마주하지 못할

액자 속에 담겨진 표정으로 말이야

◇조세핀=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6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시집 ‘고양이를 꺼내 줘’, 천년의 시작. 웹 시집 ‘새벽뉴스’, ‘스토리코스모스’.

<해설> 사랑이 소중한데 그 소중함을 미치지 않고 어찌 놓을 수 있겠는가. 수만 갈래로 흩어지다가 하나로 뭉치는 물의 원리를 또한 사랑의 실체라고 말하는 시인은 현실이라는 공간을 각박한 상황으로 설정함으로써 낯설다는 것을 어둠으로, 사랑을 빛으로 대비시키면서 한 편의 소묘를 완성해 가고 있다. 서성거리는 주변 같은, 그냥 주변이 아닌 더 적극적인 사랑을 시인은 꿈꾸지만 사랑 그 지독함은 어쩌면 시인에게 역설로 말하는 법을 가르친 것이 아닌지. 액자 속에 함께 담겼으므로 서로는 영원히 마주하지 못할 상태인 것을 시인은 이미 알고 있는 눈치다. 아무런 어떤 관계도 없는 이발소와 고양이가 그런 것처럼, 부자연스러움도 자연스러운 것처럼.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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