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사람을 만드는 일
[대구논단] 사람을 만드는 일
  • 승인 2023.10.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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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 행복학교 교장·경영학 박사
며칠 전, 어느 버스운전기사가 갑자기 쓰러진 승객을 발견, 응급처치하여 생명을 구한 선한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10분 전 골든타임 동안 그는 침착하게 주변 승객을 지목해 도움을 청했다. 한 여성에게는 119 신고를, 다른 남성 승객에게는 환자의 허리띠를 풀고 신체를 주물러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기사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를 실시했고, 가슴을 압박하고 있는 사이 구급대는 도착했다.

어떻게 신속히 대처할 수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버스 기사는 2년마다 실시하는 회사 교육 덕분이라 겸손히 답하였다. 사람 살리는 일은 기사가 하였지만, 그 사람을 만든 것은 바로 교육의 힘이다. 배움과 교육에 대한 시각이 변화되는 요즘, 교육에 대한 바른 가치관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하여, 나라를 지키는 왕과 자기를 낳아주신 부모 사이에 스승을 두었다. 선생님의 의미는 나를 낳아 키워주는 부모, 적으로부터 가정을 지켜주는 왕과 같이, 지식과 지혜를 주는 귀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군(君)과 부(父). 그사이에 스승(師)을 두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의 그림자조차 함부로 밟지 않는다고 하였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나 역시도 선생님과 함께 걸을 때 조금은 멀리서 당신의 그림자를 밟지 않도록 노력한 것 같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존경의 대상이며, 삶의 롤모델인 존재이다.

하지만, 요즘 들리는 뉴스를 보면 가슴 아픈 사연이 참으로 많다. 선생님의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교육과 배움을 마치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듯 생각하는 사회 풍조가 너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반품처리 하듯,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다시는 안 보면 되는 사람처럼, 마트 직원에게 말하듯 당당하게 속내를 말하기도 한다. 교육은 받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그 전달되는 크기도 확연히 다름에도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 자본주의의 장점과 단점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중요한 부분, 잊지 말아야 할 부분에 대해, 때로는 인문학적 회귀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업무를 마치고 다시 돌아오는 반복적인 일상의 일 속에서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맛있는 음식을 먹고, 때로는 좋아하는 곳으로 드라이브 가는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보다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자신이 성장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몰랐던 부분, 마음속 결핍을 느끼는 그 부분을 공부하여 나의 것으로 소화되고 삶에서 활용될 때, 우리는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그 온기가 바로 행복이다.

결론적으로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행복 역시, 교육과 배움으로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말주변이 없고, 사람들 간의 대화에서 깊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은 책을 보거나 스피치 교육을 통해 작은 성장을 이룰 수 있고, 다른 이들로부터 쉽게 마음의 상처받는 이는 글을 통해 감정을 치유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교육은 틀에 박혀있던 우리의 마음 공간을 더 여유롭게 만들어 주며, 타인과의 간극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 주는 가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배움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노안으로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평생 하지 않은 공부를 이제 할 필요가 있냐고 말한다. 배움이란 단어에는 남녀노소가 구별되지 않는다. 환갑이 넘어도 영어를 배워 해외로 자유여행을 갈 수도 있고, 칠순이 되어도 컴퓨터를 배워 다른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중국 명언 중에 ‘배움은 학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있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 말의 해석은 여러 가지로 풀어볼 수 있으나, 공부는 학교 졸업과 동시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인생에서 무언가 결핍을 느낄 때, 우리는 찾아 공부하고 배울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평생교육 사회적 풍토가 안정적으로 만들어질 때 사회는 더욱 풍성해지고 개인이 추구하는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다. 추락하고 있는 교권을 어떻게 올릴지에 대한 제도적 고려보다 개개인의 의식변화가 필요한 시대이다. 살면서 마음의 그림자가 우리의 삶에 드리울 때, 물어보고 기댈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교육이고, 그 가르침을 주시는 분이 선생님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오늘 우리가 배우는 공부가 내일의 당신을 살릴 수 있다. 인생이라는 버스의 핸들을 잡고 있는 기사는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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