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미안해요, 달
[좋은 시를 찾아서] 미안해요, 달
  • 승인 2023.10.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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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선 시인
최현선 시인

그래서 그랬던 거라고

이해해요, 달

며칠 안 보여도 드문드문해도

사라지는 12월에 대해서

불어나는 8월에 대해서

서로 좋아죽는 줄 알았는데, 멀어지는 중이라고

몰랐어요, 쟁반같이 둥근 달

노래에서나 보는 달이라고

멀어져서 흐려져서 하늘도 잿빛이고 태양도 잿빛이고 12월의 눈도 잿빛이고

8월의 복숭아도 잿빛이고 달을 가리키던 손도 달에 간 인간들이 보는 지구도

잿빛이라면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말

백과사전에서나 찾아보는 말이라면

미안해요, 달

거기까지 재를 날려서

달이 아름답다는 말

옛날 옛적 이야기가 되어서

◇최현선= 2019년 <발견>으로 등단. 형상시학회, 인천시인협회 회원, 해시문학회 회원. 시집 ‘펼칠까 잠의 엄브렐러’가 있음.

<해설> 지구가 오염이 되듯, 꿈에서도 맑던 달이 인간의 잦은 탐사로 오염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달은 우주의 행성인 달이 아닌, 사랑의 징표라고 해도 틀린 달은 아닐 터, 달은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달이므로 시인에게는 꿈이자 상상의 안식처다. 8월도 12월도 달을 가리키는 손도 달에서 보는 지구가 잿빛인 걸로 봐서 달도 머지않아 잿빛으로 보이지 않을까? 이렇듯 사소한 시인의 고민이 한 편의 시에 모티브가 된다는 것은, 놀라운 것이다. 시인은 반복적으로 달에게 미안해하는 것도, 다 이유는 있는 것이다. 식어가는 사랑에도 함부로 재를 날려서는 안 되는 일이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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