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랬던 거라고
이해해요, 달
며칠 안 보여도 드문드문해도
사라지는 12월에 대해서
불어나는 8월에 대해서
서로 좋아죽는 줄 알았는데, 멀어지는 중이라고
몰랐어요, 쟁반같이 둥근 달
노래에서나 보는 달이라고
멀어져서 흐려져서 하늘도 잿빛이고 태양도 잿빛이고 12월의 눈도 잿빛이고
8월의 복숭아도 잿빛이고 달을 가리키던 손도 달에 간 인간들이 보는 지구도
잿빛이라면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말
백과사전에서나 찾아보는 말이라면
미안해요, 달
거기까지 재를 날려서
달이 아름답다는 말
옛날 옛적 이야기가 되어서
◇최현선= 2019년 <발견>으로 등단. 형상시학회, 인천시인협회 회원, 해시문학회 회원. 시집 ‘펼칠까 잠의 엄브렐러’가 있음.
<해설> 지구가 오염이 되듯, 꿈에서도 맑던 달이 인간의 잦은 탐사로 오염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달은 우주의 행성인 달이 아닌, 사랑의 징표라고 해도 틀린 달은 아닐 터, 달은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달이므로 시인에게는 꿈이자 상상의 안식처다. 8월도 12월도 달을 가리키는 손도 달에서 보는 지구가 잿빛인 걸로 봐서 달도 머지않아 잿빛으로 보이지 않을까? 이렇듯 사소한 시인의 고민이 한 편의 시에 모티브가 된다는 것은, 놀라운 것이다. 시인은 반복적으로 달에게 미안해하는 것도, 다 이유는 있는 것이다. 식어가는 사랑에도 함부로 재를 날려서는 안 되는 일이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