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대구 뮤지컬’ 英 웨스트엔드 공연 호평
‘메이드 인 대구 뮤지컬’ 英 웨스트엔드 공연 호평
  • 황인옥
  • 승인 2023.10.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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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규 이지뮤지컬 컴퍼니 대표, 英 회사와 ‘유앤잇’ 공동제작
북성로 공구골목 소재 콘텐츠
AI와 인간의 공존 가능성 타진
수출 감안 2인극 중급규모 제작
대만·日 등 해외 러브콜 잇따라
뉴욕대 전공·지휘·감독 등 경험
성공 바로미터 음악성 인정 받아
美 브로드웨이 진출 풀버전 추진
정부·지자체 지원이 성장 견인
피터헌틀리프로듀서-이응규대표
스마트엔터테인먼트 피터 헌틀리 프로듀서, 이응규 이지(EG)뮤지컬 컴퍼니 대표.
공연 사진3
영국 웨스트엔드 원더빌극장에서의 ‘유앤잇’ 공연모습. 이응규 대표 제공

국내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하고 뮤지컬 수준이 급상승하고 있지만,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는 여전히 진입하기 어려운 꿈의 도시다. 하지만 이응규 이지(EG)뮤지컬컴퍼니 대표의 행보는 유리천장은 깨라고 있는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자체 제작한 뮤지컬 ‘유앤잇(YOU&IT)’을 영국 스마트엔터테인먼트와의 공동제작으로 현지화하고, 지난달 1일에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있는 원더빌극장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펼치며 호평을 받아냈다.

◇ 대구 중구 북성로가 무대인 대구산 창작뮤지컬 ‘유앤잇’

이지뮤지컬 컴퍼니의 창작뮤지컬인 ‘유앤잇(YOU&IT)’은 중구 북성로의 주물기술자 남편과 도예가 아내의 이야기로 죽은 아내를 인공지능(AI) 로봇으로 되살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인간의 존엄성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유앤잇’에서 AI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발전된 AI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인간 고유의 존엄성은 오직 인간에게서만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AI에 대한 관심은 세계최초로 시민권을 얻은 사우디아라비아의 AI(인공지능)로봇 소피아를 본 것이 단초가 됐다. 이후 한 광고에서 AI 로봇에게 “앞으로 넌 인간과 잘 살 수 있을 것 같나?”라는 질문에 “우리는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살아갈 거예요”라고 답을 하는 것을 보고 AI에 휴머니즘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뮤지컬의 소재로까지 다루게 됐다.

AI 로봇을 소재로 한 뮤지컬인 ‘유앤잇’이 입소문을 타면서 AI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체로부터 AI 로봇 협찬 문의도 들어왔다. 새로운 기술이나 상품 홍보로 문화만큼 효율적이고 강력한 매체도 드물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거절했다.

“최첨단 AI 로봇이 무대와 객석을 오고간다고 할 때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미지수였어요. 굉장한 호기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두려워하는 관객들도 분명 있을 테니까요.”

‘유앤잇’이 세계적인 뮤지컬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대구 뮤지컬의 자랑이 된다. ‘유앤잇’을 제작한 이지 뮤지컬 컴퍼니가 대구에서 출발해 서울로 진출한 제작사이고, ‘유앤잇’의 무대 또한 대구 중구 북성로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메이드 인 대구 뮤지컬인 것이다.

북성로의 콘텐츠가 녹아있는 뮤지컬을 만든 첫 단초는 대구가 제공했다. 2018년에 중구 공구골목에서 펼쳐진 ‘북성로 축제’가 진행한 북성로를 소재로 한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북성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됐고, 주물기술자인 남편과 도예가 아내의 캐릭터가 창작됐다.

“값싼 중국 제품에 밀려나 옛 명성을 잃고 있는 북성로 골목에서 도자기 공방을 발견했어요. 여전히 북성로를 지키며 주물을 만드는 북성로 장인들을 보면서 주물기술자 남편과 도예가 아내의 캐릭터를 완성하게 됐죠.”

◇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유앤잇’ 수출길 열어

초연 이후 ‘유앤잇’은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했다. 2018 북성로 쇼케이스에서 첫 선을 보인 후, 2019 DIMF 창작뮤지컬상,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선정작으로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2022년에는 가오슝 스프링아트페스티벌에 초청되고, 대만에 라이센스를 수출하는 등 해외에서의 러브콜도 받았다.

올해는 ‘유앤잇’이 급성장하는 원년이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예술경영지원센터 2023 공연유통협력지원 사업에 최종 선정되며 국비 1억7천만원을 지원받아 중극장 뮤지컬로 재제작하며 대구, 고령, 함안 등 국내 3개 도시 투어를 진행했다. ‘유앤잇’은 현악 앙상블의 라이브연주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뮤지컬배우 백승렬과 권소이 주연, 홀로그램 장면 연출 등으로 버전업됐다.

‘유앤잇’의 영국 진출은 지난 6월에 열린 K-뮤지컬 국제마켓 덕분이다. ‘유앤잇’이 ‘K-뮤지컬 영미권 중기(2개년) 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K-뮤지컬의 해외 진출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진행한 마켓에 쇼케이스 공연을 펼치게 되면서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마켓에 초대된 국내외 뮤지컬 제작사와 투자사들 중에서 영국의 스마트엔터테인먼트가 ‘유앤잇’에 관심을 보여 영국 현지화를 위한 공동제작사로 함께하게 됐다.

◇ AI 로봇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음악 그리고 현지화가 성장 요인

뮤지컬 ‘유앤잇’이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3가지다. 먼저 소재가 신선하고 글로벌하다는 점이다. AI 로봇을 주인공으로 AI와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타진하는 설정은 현생인류가 당면한 초미의 관심사와 일치한다. 여기에 2인극이라는 중급 규모도 해외 진출을 유효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출연진이 많고, 장면구성이 다양한 대형 뮤지컬은 운신의 폭이 좁아 전국 투어나 해외 수출이 쉽지 않다. 이 대표는 애초에 제작 단계부터 수출이나 국내 투어를 염두에 두고 2인극을 구상했다. 그의 구상이 적중해 서울에서 86회의 장기공연을 펼칠 수 있었다.

뮤지컬에서 음악은 성공의 바로미터인데, ‘유앤잇’은 높은 음악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유앤잇’의 넘버들은 모두 이 대표가 작곡한 곡들이다. 미국 뉴욕대학교의 예술대학인 Tisch School에서 뮤지컬 작곡을 전공한 그는 극과 음악이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스타일을 추구한다. 자신의 철학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스토리를 직접 짜고 스토리에 최대한 부합하는 음악을 작곡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지뮤지컬 컴퍼니가 2015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8개의 뮤지컬을 발표하며 제작역량을 쌓은 덕분이다.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번쩍하며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는 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식 오케스트라, 2023 경북대학교 신년음악회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고, 뮤지컬 ‘기적소리’ 작곡 및 총감독, 뮤지컬 ‘사랑꽃’ 음악감독 및 편곡을 맡으며 뮤지컬 제작 역량을 키워왔다.

애잔하면서도 서정적인 ‘유앤잇’에 넘버들에 그의 음악적 역량이 총집결됐다. 스마트엔터테인먼트 제작자는 그의 음악에서 동양적인 신비로움을 경험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에서 공부했기에 동양적인 색을 배제하고 보편적인 음악을 작곡한다고 했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동양적인 정서가 스며든 것 같아요. 웨스트엔드에선 그걸 오히려 장점으로 봐 주었어요.”

‘유앤잇’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의 정착 가능성을 높인 것은 현지화다. 오리지널의 서사를 영국의 극작가가 영국의 정서로 각색하고, 공연 형식도 현지 시스템에 맞췄다. 물론 배우도 현지 배우로 캐스팅했다. “최대한 영국의 문화에 근접하도록 각색한 것이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 공적 자금의 지원이 K-뮤지컬의 해외 진출 앞당겨

이번 영국에서의 쇼케이스 공연으로 영국 제작사 측에서 공연 형식을 완전하게 갖춘 본공연화 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숨을 고르기로 했다. 속도보다 완성도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유앤잇’이 영국에서 롱런하고 미국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품성이 관건이라고 믿고 영국에서 풀 버전 쇼케이스 공연을 다시 계획하고 있다.

“1시간 10분 분량으로 축약해서 선보였던 쇼케이스를 1시간 40분 풀 버전으로 다시 한번 쇼케이스 공연을 펼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서 정식 공연화는 미뤘습니다. 곧 풀 버전 쇼케이스 공연을 올릴 계획입니다.”

영국 진출은 확장성에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출격 전에 일본 유수의 제작사로부터 수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답보상태였는데, 영국 진출 이후 일본에서 적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일본에서 호평을 받을 경우 미국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지는 것이다.

‘유앤잇’의 성공가도가 어디까지일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국내산 뮤지컬을 뮤지컬 종주국인 영국 웨스트엔드에 수출했다는 것은 혁혁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유앤잇’이 던지는 의미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지원사업이 K-뮤지컬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앤잇’ 역시 중앙 정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K-콘텐츠 육성 지원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의 창작뮤지컬 지원을 힘입어 해외 수출이라는 큰 행보를 걸을 수 있었다. 대구시콘텐츠기업성장지원센터에서의 경험도 뮤지컬의 외연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중앙정부의 지원은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는 교두보가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앞으로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데 법적인 문제 등의 더 세분화된 지원까지 제공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딤프는 창작뮤지컬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장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딤프는 저희같은 젊은 창작자들에겐 정말 기회의 장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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