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국민이 보고 느끼는 정치
[대구논단] 국민이 보고 느끼는 정치
  • 승인 2023.10.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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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정치 풍향을 바꿀 만큼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으레 많지 않았다. 한낱 구청장 선거에 불을 붙인 것은 정치권이었다. 언론의 선거 분위기 조성도 한 몫을 했다. 강서 지역선거를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라느니 선거 결과가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느니 온갖 말들이 무성했지만 직접 정치와 무관한 국민들은 그저 그러려니 했다. 구청장 선거에 집권 여당과 대형 야당이 총력을 기울인 것은 단순히 한 명의 기초자치단체장을 뽑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정권 쟁취를 위한 선거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양당의 선거 과정을 살펴보자. 민주당은 구청장 선거를 내년 총선의 불쏘시개로 사용하면서 정치적으로 선거판을 키워 갔다. 당 최고위원을 총동원하고 많은 의원들이 선거운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가 하면 이재명 당 대표를 위해서도 선거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쳤다. 선거 유세 현장에 이 대표가 나오느니 아니니 하더니 선거 막바지에 몸도 성치 않다는 그를 유세차에서 연설을 하게 만든 아주 기막힌 전술을 연출했다. 국민의힘은 어땠는가. 민주당의 선거운동 양상을 보면서 지난 세월 정치 현장에서 이름을 떨친 중진들과 더불어 지역을 었지만 민주당에 비해 열기가 부족한 것 같았다. 묵직한 스타 정치인들이 웃고 손을 흔드는 제스처를 보였지만 지역민들의 감흥은 별로였다. 홀로 열심히 선거 운동하는 중진도 있었지만 별로 눈이 가지 않는 분위기다. 국힘은 구청장 선거 패배로 이처럼 녹초가 될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여당의 불모지에서 당선의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론의 뭇매는 예상외로 따가웠다. 대통령의 통치력, 여당의 정치력을 비판하는 강도가 높아지면서 국민의힘은 뒤늦게 민심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급기야는 당 쇄신을 내 세워 임명직 고위직을 사퇴시키고 새로운 인물로 대체하는 인사를 했다. 그러나 믿을 만한 쇄신안 하나 내지 못한 채 집안싸움은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관심을 둔 자당 후보의 선거 참패는 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큰 짐이 아닐 수 없었다. 당 대표가 새로운 각오로 당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어 앞으로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국정을 운영하는 데는 여야의 협치가 절대 필요하지만 한국의 국회는 그런 입장이 못 된다. 야당이 170여명의 의원을 가지고 여당이나 정부의 의사를 무시하면서 자당의 의도대로 다수의 힘으로 법 제·개정을 하는 판이다. 야당의 정치적 오만은 여당을 외면하고 대통령을 상대로 정치를 하려고 하는 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민주당의 당 대표는 누차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국가 발전을 위해 가능한 일이지만 대통령실에서 암묵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상당한 이유가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현재 4건의 범죄행위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범죄 피의자와 일국의 대통령이 회담을 한다는 것은 뭔가 사리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관련하여 “차분하고 지혜롭게 내실 있는 변화를 이뤄내라”고 국민의힘 지도부에 당부했다. 그는 또 “국민소통, 당정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그 실상을 알지 못하지만 정치 주변과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틈을 보이고 있는 이유를 들추고 있다.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정의와 뚝심을 가진 인물이란 것을 안다. 그러나 정치는 항상 곧게 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윤 대통령이 몸을 낮추고 포용하면서 좋은 인재를 두루 써야 된다고 고언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대통령실에는 전문분야의 많은 참모들이 있다. 참모는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하여 대통령이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막료조직이다. 대통령실의 참모와 보조기관은 대통령이 실수 없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늘 긴장 상태에 있어야 한다. 참모진의 잘 못 보좌가 대통령을 욕먹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강서구청장 선거는 아주 작은 지역선거지만 민심의 향방을 알려주는 섬세한 시그널이 되었다. 어떤 선거든 투표자의 마음에는 진심이 들어 있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되는 것은 진리다. 민주당 의원들이 여당의 선거 패배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해괴한 말을 하는 것은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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