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대기업의 쪼잔한 재물손괴죄 고소
[생활법률] 대기업의 쪼잔한 재물손괴죄 고소
  • 승인 2023.10.1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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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부동산·형사 변호사
시민단체가 ‘롯데월드가 아쿠아리움의 벨루가(흰고래)에 대하여 4년 전에 방류를 약속했는데도 방류하지 않고 앞으로도 3년을 더 미루려고 하는 것은 동물학대이고 대기업의 약속 위반이다’라는 이유로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면서 수족관에 ‘벨루가 전시 즉각 중단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접착제로 붙였고, 이에 롯데측이 수족관 유리에 접착제가 묻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 활동가 8명을 재물손괴로 고소하였다. 롯데는 7억이나 되는 피해를 입었다면서 형사고소하였고, 시민단체는 ‘해당 접착제는 알코올 솜으로 쉽게 제거할 수 있어 재물손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7억 피해를 입었다면서 고소한 것은 시민단체 겁주기 용이다’라면서 반발하였으나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검찰로 송치했다.

알코올 솜으로 쉽게 지워지는 접착제가 수족관 유리에 묻었다는 것이 재물손괴죄가 될 수 있을까?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등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 재물손죄로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손괴’란 물건의 형상을 물질적으로 변경하거나 그 효용을 감소 또는 멸실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물리적인 파손 또는 작동 불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배를 운행하지 못하도록 일부 부품을 파손시키는 것은 재물손괴죄이지만 부두에 메어둔 배의 밧줄을 풀어서 떠내려가게 하는 것은 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을 뿐이고 효용 감소 등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다만 파손을 목적으로 밧줄을 풀어 배가 파도에 휩쓸려 부서지도록 한다면 당연히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

물리적인 파손을 가하지 않아도 ‘일시적으로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는 물체의 상태변경’에 해당하면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 판례에 의하면 우물물을 일시적으로 오염시키는 행위, 벽에 광고를 붙이는 행위, 벽의 작은 부분에 페인트가 묻도록 하는 행위, 자동차 타이어 바람을 빼는 행위 등을 재물손괴죄라고 보았다. 종전에 모 대통령 후보가 열차 좌석에 구둣발을 올려놓은 것과 관련하여 ‘구둣발이 올려진 것을 일반인들이 보았다면 구둣발로 인하여 좌석을 세탁하지 않는 한 일시적으로 감정상으로 그 의자에 앉기 곤란하므로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족관 유리는 맑은 상태를 유지하여 유리 속의 어류 등을 잘 볼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접착제가 묻으면 접착제 제거 전까지 해당 부분 유리가 흐려져 수족관 속을 잘 보지 못하게 되므로 ‘일시적으로 수족관 해당 부분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수족관 소유자가 원하지 않는 수족관의 상태의 일시적 변경’에 해당하므로 명백한 재물손괴죄에 해당하고 경찰의 판단은 정확하다.

다만 비록 재물손괴죄가 인정되어도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경찰이 처벌에 있어 운영의 묘를 살렸다면 좋았다. 경찰에는 경미범죄심사 제도가 있다. 형사사건 및 즉결심판 대상자 가운데 사안이 경미하고 사회적 약자인 경우 재범우려 여부 등을 고려해 죄가 인정되어도 검찰로 송치하지 않고 처벌하지 않거나 감경하는 제도이다.

이 건의 경우도 실제로 알코올 솜으로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점, 피해 면적이 매우 적은 점, 롯데의 약속위반에 대하여 그 이행을 촉구는 시위인 점 등을 고려하면 경찰이 경미범죄심사대상으로 선정하여 선처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는데 무조건 검찰로 송치하는 결정한 것은 아쉽다. 검찰은 비슷한 취지의 ‘기소유예’(죄가 인정되어도 엄히 훈계하고 처벌하지 않는 제도) 처분을 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타인 소유의 동물을 사상하는 것을 재물손괴죄로 처벌하였지만 이후 ‘동물=사람에 부속된 재물’로 보기에는 불합리한 면이 별도로 동물보호법이 만들어져 ‘정당한 사유 없이‘ 도구·약물,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동물학대를 하면 동물학대죄로 처벌된다. 동물원 제도가 공인된 우리나라에서 흰고래를 수족관에 가두어 전시하는 행위는 정당한 동물원 영업행위로 볼 수 있어 동물학대죄가 될 수 없지만 대기업의 통 큰 결단으로 조속한 방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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