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신라 실크로드의 역사, 통일로 다시 열자
[특별기고] 신라 실크로드의 역사, 통일로 다시 열자
  • 승인 2023.10.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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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운영위원회간사
박종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회간사
1945년 8월15일 해방의 기쁨도 잠시, 한반도는 국토의 허리가 잘리는 분단을 맞았다. 미국의 지리학자 셰넌 맥큔(Shannon McCune)은 남과 북으로 나뉜 당시의 상황에 대해 “한반도 분단으로 12개의 강과 75개가 넘는 샛강이 잘렸고,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갈렸으며, 104개의 지방도, 15개의 간선도로, 6개의 철로가 잘렸다”고 묘사했다. 민족상잔의 비극이었다. 38선을 중심으로 단절된 건 국토뿐만이 아니었다.

수천년 동안 이어져 온 역사도, 문화도 모두 끊겼다. 천년고도 경주도 그랬다. 유럽에서 중앙아시아, 중국을 잇는 동서교역길인 실크로드(Silk Road)의 동쪽 끝이 바로 신라였다. 경주 미추왕릉에서 출토된 유리구슬을 비롯해 신라 무덤들에서 발견된 로만글라스(유리그릇)들이 이를 증명한다. 신라가 세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분단이 없었더라면, 신라 실크로드의 세계사적 가치가 재조명되고도 남았을 법하다.

10여 년 전 경상북도가 경주 실크로드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한 적 있다. 당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실크로드를 현대적 경제협력의 길로 재탄생시켜 경북을 세계 속의 중심으로 세우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남북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가 연결돼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새로운 물류 대동맥을 완성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건 다름아닌 통일이었다. 신라 실크로드 복원이 핵심 열쇠를 통일이 쥐고 있는 셈이다.

2022년, 30여 년 만에 경찰로서의 봉사를 마무리짓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회 간사를 맡았을 때,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물음표’였다. 고향인 경주와 아무런 상관도 없을 뿐더러, 민주평통이 어떤 기관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그렇기에 “민주평통은 헌법기관이자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이라는 수식어를 항상 붙여야만 했다.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 수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70여년 전 분단 이후 한 번도 봉합되지 않은 아픔의 역사인 한반도에서 통일은 이제 ‘물음표’처럼 아무 상관 없거나, 모르는 단어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은 아니었을까.

민주평통은 통일을 위해 대통령에게 정책자문을 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도 한다. 나아가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통일 역량과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구심점이기도 하다. 민주평통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고, 의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수석부의장이 바로 신라의 실크로드 복원을 꿈꿨던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다. 나는 민주평통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 통일로 가는 길에 일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 길은 오래전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직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통일을 준비하는 민주평통의 한 사람으로써 사명감을 갖고 다가올 미래를 맞이하는데 앞장서려고 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고,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는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시처럼, 경찰을 떠나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한 나의 이 선택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각오다. 가보지 않은 통일의 길이 언젠가 한반도에, 그리고 경주에 실크로드처럼 연결될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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