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어느 다문화가족의 베트남 신부 맞이
[결혼이야기] 어느 다문화가족의 베트남 신부 맞이
  • 승인 2023.10.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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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결혼정보회사 대표, 교육학 박사


국제결혼 상담을 위해 멀리 B시에서 부모님이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과 함께 사무실을 찾았다. 얼핏 보기에도 청년의 부모님은 나이가 어림잡아 서로 열 살 이상은 차이가 나 보였다. 청년은 착하고 모범생처럼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청년이 결혼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 보여 부모님에게 결혼을 서두르는 연유부터 물었다. "실은 저희도 다문화가족입니다." 피부가 유난히 뽀얗고 표정이 밝은 청년의 어머니가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녀는 조선족 여성이었다. 90년대 중반에 재혼인 현재의 남편을 만나 남매를 낳았고 그 아들은 청년이 되어 결혼적령기가 되었다.

경제력이 없는 남편을 만나서 온갖 고생 끝에 지금은 자그마한 상가도 있고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돈도 모았다. B시에서 가족 3명이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장사가 잘된다고 했다. 아들이 예쁜 신부를 만나면 상가건물에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카페를 차려줄 생각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녀는 고생하는 부모 아래에서 삶의 지혜와 살아가는 방법을 일찍 터득한 아들이 대견스럽고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짝을 찾아줘 독립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많은 생각들을 했지만 역시 베트남 여성이 신부감으로 가장 적격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했다. B시에도 많은 결혼정보회사들이 있지만 멀리 대구까지 찾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청년의 어머니가 결혼할 때는 중국에서 많은 조선족 여성들이 한국남성들과 결혼을 했다. 당시 한국남성과 결혼하는 여성들 가운데는 결혼이 돈을 벌기위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녀 자신도 솔직히 그런 욕구가 더 크게 작용해 결혼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보니 남편이 너무 착해 30년 가까이 정말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녀는 남편을 믿었기 때문에 일하면서 번 돈은 모두 남편에게 줬고 남편이 잘 관리해 지금의 재산을 모았다고도 했다. 먼 이국땅에 부모 형제 없이 남편과 가족만이 유일한 자신의 버팀목이고 신뢰와 사랑이 금전보다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알고 일심동체로 오직 열심히 일했다고 했다. 옆에서 듣고 있는 남편은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아내를 만난 것은 행운이며 복이라 했다. 두 사람이 열심히 살아온 지난날의 얘기들을 듣고 있으니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다문화가족이어서 국제결혼에 대한 여러 가지는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베트남으로 출국하는 날은 청년과 함께 부모님도 예비 신랑 일행들과 동행했다. 청년만큼 부모님도 맞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기됐다. 맞선 자리에 나온 청년과 예비 베트남 신부 그리고 두 부모님은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베트남 신부가 예비 시어머니와 너무나 닮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천연배필이라는 말은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마음이 통했고 가족처럼 스스럼없이 대했다. 동행하는 일행들도 너도 나도 마치 예전부터 서로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보인다는 얘기들을 하면서 미리부터 축하를 보내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청년의 어머니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신부를 더 지극하게 대했다. 신부의 손을 꼭 잡으며 손에 차고 있던 자신의 금팔찌를 그 자리에서 풀어 신부의 손목에 채워주기도 했다. 맞선 자리에 나온 예비사돈에게도 착하고 예쁜 딸을 주셔서 고맙다면서 눈에 띄지 않게 봉투에 돈을 따로 넣어 감사와 정성을 표하기도 했다.

청년의 아버지는 베트남으로 출국할 때 일을 많이 해 지문이 없어 특별수속을 받기도 했다. 지문이 닳도록 고생을 해서 번 돈을 며느리를 보게 된데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행들에게 연신 음료나 음식을 사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두 부모님은 예비사돈에게 딸의 이국땅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는 어떤 걱정도 하지 말라며 몇 번이고 안심을 시키기도 했다. 다문화 가족으로 살아오면서 누구보다도 그들은 편견이나 어려움들을 많이 겪었고 잘 알기 때문에 며느리에게는 결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자신들을 향한 각오와 다짐처럼 들리기도 했다.

국제결혼에 대한 편견이나 인식은 이제 많이 달라졌다. 외국인 신부들도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결혼하지 않기 때문에 눈이 높다. 이대로 가면 한국의 남성들이 앞으로 국제결혼마저도 쉽지 않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다문화사회 전문가로서 결혼전문가로서 국제결혼에 대한 일반의 인식전환은 물론 법적, 제도적 측면의 획기적인 재정비와 전환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한다. 국제결혼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는 저출생과 인구감소라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중요한 돌파구의 하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10년 20년 전의 사고와 대응으로 이대로 멈춰 서 있으면 안 된다. 1세대 다문화가족이 2세대 다문화가족을 열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세상을 살다보니 이런 행복한 날도 있네요. 베트남 며느리 행복하게 해줄 겁니다. 사장님 B시에 오시면 맛있는 음식 꼭 대접하고 싶습니다" 감사 전화에다 감사 문자까지 또 보내주신 부모님께 세상 최고로 행복한 다문화가족 되길 축복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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