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보수·진보정당, 코카콜라·펩시처럼 경쟁하고 공생해야
[맛과 멋으로 읽는 세상] 보수·진보정당, 코카콜라·펩시처럼 경쟁하고 공생해야
  • 윤덕우
  • 승인 2023.10.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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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역사를 만든 콜라의 맛
펩시 1910·1930년 파산할 때
코카콜라 미군 음료 독점 공급
1970년대 초 블라인드 테스트
참가자 상당수가 펩시 손들어
인기 스타 마케팅까지 성공적
100년 넘도록 라이벌 관계
사실 최고의 파트너 아닐까
콜라만큼 경쟁 치열한 정치권
국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유진스-코카콜라
4세대 K팝 걸그룹 뉴진스를 모델로 쓴 코카콜라.
 
아이브-펩시콜라 모델
역시 4세대 K팝 걸그룹 아이브를 모델로 쓴 펩시콜라.

아침에 눈뜨자마자 선택과 결정을 해야만 하는 온갖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스트레스는 가중되고 자신의 삶이 통제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결정장애, 선택불가증후군 등의 용어가 친숙해졌다. 아마도 결정을 망설이는 것은 ‘더 나은 선택이 있을 거야’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탕수육을 먹을 때 ‘찍먹파’와 ‘부먹파’가 명확하게 갈리듯 선호가 뚜렷이 구별되는 경우들도 있는데 콜라가 대표적이다. 코카콜라 컴퍼니와 펩시코는 탄산음료인 콜라를 시작으로 100년 넘게 경쟁해온 라이벌이지만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약사가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 남북전쟁에 참전한 약사 ‘존 펨버턴’은 전투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얻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자신의 사업에 복귀한 그는 부상의 고통이 심해져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을 계속 투여했지만 내성이 생기고 중독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와인 코카’이다. ‘존 펨버턴’이 만든 와인 코카는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며 애틀란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러나 1886년 미국 금주법 시행으로 술이었던 와인 코카는 위기를 맞게 되어 그 후 무알콜 음료로 재탄생한 것이 오늘날 코카콜라의 원조가 된다. 1890년대 그 당시 미국 약국에서는 조그마한 ‘소다 파운틴’를 차려 음료수를 제조해 파는 게 유행이었다. 미국 노스캐롤리나주의 약사였던 ‘칼렙 브래드햄’은 소화불량 치료를 위한 음료수를 만들어 ‘브랜드의 음료수’라는 이름으로 판매하였다. 설탕과 캬라멜 등이 들어 있는 ‘설탕물’이 소화효소 ‘펩신’을 연상케 하여 펩시라는 이름이 붙여지면서 1898년 펩시콜라는 탄생하게 된다.

1910년대 1차 세계대전, 1930년 경제대공황 등으로 펩시콜라가 두 번의 파산을 겪는 동안 코카콜라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 콜라를 독점 공급하면서 부동의 1위가 된다. 1950~60년대 콜라시장의 점유율은 코카콜라가 압도적으로 펩시를 앞섰지만 1970년대 초반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진다. 펩시는 코카콜라 마니아들을 모아놓고 ‘블라인트 테스트’를 통해 두 제품을 맛보게 했는데 참가자 중 상당수가 펩시가 더 맛있다는 쪽에 손을 들었고, 이 장면이 TV광고에 나가게 되었다. 일명 ‘펩시 칠린지’의 성공으로 코카콜라가 많이 팔리는 것이 펩시콜라보다 더 맛있어서가 아니라 습관 때문이라는 것을 소비자에게 인식시켜 주었다. 이러한 경험기반 마케팅에 자신감을 얻은 펩시는 1980년대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의 펩시 광고를 통해 만년 2위 이미지와 저렴한 음료 이미지를 극복하는 계기가 만들었고 펩시콜라가 콜라의 2인자가 아니라 코카콜라의 경쟁사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게 되었다. 일명 스타마케팅의 성공이었다.

이처럼 펩시는 100년동안 코카콜라를 추격했지만 코카콜라는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로 20세기를 지배했다. “대중문화는 코카콜라와 같다.”는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말은 20세기 대중문화를 이끈 코카콜라의 힘을 느껴지게 만든다. 그런데 앤디 워홀은 왜 대중문화를 코카콜라에 비유했을까? 그는 예술은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대중적인 코카콜라가 가장 예술적이다는 결론을 내리며 코카콜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코카콜라는 그저 똑같은 코카콜라일 뿐, 아무리 큰 돈을 준다 해도 더 좋은 코카콜라를 살 수는 없다. 모든 코카콜라는 동일하며, 똑같이 좋기 때문이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고 했던가! 펩시는 2000년대 드디어 코카콜라의 매출을 넘어서게 된다. 펩시가 공격적인 M&A를 통해 스낵이나 이온음료 등의 회사를 인수하여 브랜드 확장에 성공한 결과이다. 현재에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경쟁은 치열하다. 매출은 펩시가, 영업이익률은 코카콜라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한 우물을 판 코카콜라와 다양한 제품군으로 승부하는 펩시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수많은 음료 브랜드가 생겨나고 사라졌던 지난 100여년의 세월 동안 펩시와 코카콜라는 어쩌면 라이벌이 아니고 공생의 관계이자 서로에게 최고의 협력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우리나라의 ‘콜라독립815’, 중국의 ‘텐푸콜라’, 이란의 ‘잠잠콜라’, 페루의 ‘잉카콜라’ 등이 펩시와 코카콜라에 도전했지만 실패하거나 세계화에는 성공하지 못했고 펩시와 코카콜라가 만든 강력한 ‘레드오션’ 시장은 더욱 굳건해졌다. 지금도 펩시와 코카콜라는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통해 점유율을 0.1%라도 더 올리려고 세계각지에서 ‘총알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콜라 광고에는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많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코카콜라와 펩시는 일명 ‘4세대 걸그룹의 선두 주자’인 아이브(IVE)와 뉴진스(NewJeans)를 통해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먼저, 펩시는 6인조 다국적 걸그룹인 아이브를 선택했다. 대세 아이돌인 장원영과 안유진 투톱을 비롯하여 일본인 멤버 ‘레이’ 등으로 구성된 아이브는 ‘파워풀한 콘셉트’가 특징인 다른 걸그룹과는 달리 자신감 넘치는 아름다운 소녀 이미지를 통해 ‘소녀’라는 정체성을 무기로 걸그룹의 주된 팬층으로 여겨지던 20∼30대 남성 및 여성뿐만 아니라 10대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기존 걸그룹의 성공방식과는 다른 역발상과 스토리텔링으로 대세 걸그룹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과거 펩시가 젊은 소비자를 ‘펩시 세대’로 규정하고 ‘펩시 챌린지’와 ‘마이클 잭슨 광고’ 등으로 늘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마케팅으로 성장한 펩시에게 아이브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베트남·호주 이중 국적의 ‘하니’를 비롯한 다국적 맴버들이 포함된 뉴진스(NewJeans)는 매일 입어도 질리지 않는 청바지(Jeans)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며 탄생한 걸그룹이다. 다른 걸그룹과는 달리 메인 보컬과 전문 래퍼 없이 모든 멤버가 각자의 음색과 개성으로 5명의 맴버가 1명처럼 보이고, 1명의 맴버가 5명처럼 보이는 매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매일매일 입는 옷처럼 질리지 않으면서도 다른 옷들과는 차별화 주는 대중문화와 잘 어울리는 걸그룹이 되었다. 클래식하고 오리지널의 맛과 이미지를 무기로 하는 코카콜라 브랜드와 적합하다는 점에서 뉴진스를 선택한 코카콜라의 결정은 옳다고 판단된다.

100년 넘게 이어온 콜라전쟁 탓인지 몰라도 콜라 마니아들은 빨간색을 보면 코카콜라를 떠올리고 파란색을 보면 펩시콜라를 떠올린다. 빨간색은 가장 원초적인 욕구인 식욕을 자극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색인 반면, 파란색은 선호도가 가장 높은 색깔로 소비자들에게 안정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색이다. 빨간색이 코카콜라의 상징이 된 이유는 운송 시 알콜 등 다른 물건들과 구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펩시는 처음에는 흰색 바탕에 붉은색으로 글씨를 쓴 로고를 활용했지만 코카콜라와의 차별화를 위해 파란색을 쓰기로 결정한 이후부터 펩시의 상징색이 되었다.

콜라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 정치권이다. 한국·미국·일본의 주요 정당을 보면 상징색이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갈린다. 우리나라의 ‘국민의 힘’, 미국의 ‘공화당’, 일본의 ‘자민당’은 빨간색을 상징색으로 쓰고 있고, 우리나라의 ‘더불어민주당, 미국의 ’민주당’ 일본의 ‘입헌민주당’은 파란색을 상징색으로 쓰고 있다. 색깔은 서로 반대되는 색들이 대비될 때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보수정당이 ‘열정’, ‘기쁨,’ ‘경쟁’ 등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사용하고 진보정당이 ‘신뢰’, ‘안정’, ‘헌신’ 등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사용한다는 점은 꽤 수긍이 간다.

순식간에 입안을 강하게 물들이는 그 맛, 톡 쏘는 시원한 청량감과 짜릿함을 느끼게 하는 그 맛, 강렬한 그 맛에 신세계를 경험한 자라면 누구나 콜라 마니아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코카콜라와 펩시의 경쟁이 더 치열하고 더 처절하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한 나라의 정치를 한다고 하는 자들이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코카콜라와 펩시만큼 노력하고 경쟁한다면 국민들은 행복해하지 않을까?
 

 
이상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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