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새*가 운다
목새의 울음소리에 푸른 물빛이 고여 있다 소리의 촉수들이 물처럼 떨어지며 목새가 낳은 물의 아이들, 일제히 직립 자세를 하고 노래를 한다 바람이 지휘하는 대로 도미노로 밀려나는 소리, 내부까지 흔들었던 소리가 하르르 하르르 흘러내린다 높은 음은 하늘로 올라가고 낮은 음은 땅으로 스며들어서 모두 물을 부른다
물에 아이들이 노래를 하고 있다 목새가 몸을 떨어가며 노래한다
물의 아이들 다 같이 힘을 주고 부를 때마다 목새는 물의 알, 물의 아이를 낳는다
목새가 온몸이 부서져라 물의 아이를 낳는다
*목새 : 물결에 밀려서 한곳에 쌓인 보드라운 모래
◇ 정 솔= 2015년 ‘문학과 창작’ 등단. 2021년 시집 ‘새를 데려 오는 일’.
<해설> 강을 가만히 오래 바라보다가 발원지가 새의 부리쯤이라면 배설하는 항문이 바다에 이르는 마지막 기착지는 아닐까? 라고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마도 물이 목구멍을 굽이쳐 넘어가면 만나게 되는 모래주머니가 “목새” 이거나 뱃속 어디쯤 알을 가둔 자궁 또한 “목새” 일 수도 있겠다. 한 생의 구간이 강이고 보면 물결에 밀려서 한곳에 쌓인 보드라운 모래가 있는 이곳은, 쉼터이며 새로운 길을 찾아가려는 물이, 물의 아이를 낳는 곳이라는, 놀라운 시인의 경계를 긋지 않는 발상에 시를 읽는 나 또한 알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