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만필] 혁신의 키워드는 '공감능력'
[천자만필] 혁신의 키워드는 '공감능력'
  • 승인 2023.10.3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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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준엽 시사유튜버(대한민국 청아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0일 오전, 혁신위원들과 함께 광주를 찾았다. 5.18민주묘지에 참배하기 위함이었다. 위원장으로 취임 후 첫 외부일정인 셈이다. 솔직히 말하면 첫 행보부터 실망스럽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지난 1년간 정부·여당이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거나 호남을 폄훼한 일은 없었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5.18행사에 여당 의원들과 함께 추모식에 참여했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까지 부르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윤석열 정부의 높은 부정평가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데 혁신위는 엉뚱한 진단을 한 행보를 한 것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국민의힘은 민심에 반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원과 국민이 선출한 당대표를 윤(尹)심이 아니란 이유로 찍어냈고, 여러 다른 당대표 후보를 윤(尹)심이 아니란 이유로 찍어 눌렀다. 또한 전직 당대표를 지낸 인사들에 대해서 과할 정도의 징계처분까지 내리면서 기존 지지층마저 분열시키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런 여당의 모습과 지난 1년 반 동안의 정부에 대한 실망이 지난 강서구 보궐선거 참패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혁신위의 '일괄 대사면' 건의는 '지지층 갈라치기는 잘못'이라는 옳은 진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진단이 맞을지언정 해법이 틀렸다. 여당 내 갈라치기에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하는데 오히려 생색을 내는듯한 대사면은 결과적으로 더 당의 분란을 만들었다. 가해자가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약 사주며 생색내는 꼴을 누가 좋게 보겠나?

필자가 자주 언급하지만 정부·여당의 대부분 문제는 '공감능력 결여'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어떤 말과 행동을 할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입장을 잠깐이라도 생각할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의 많은 부적절함을 막을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이번 이태원참사 1주기 추모제도 그렇다. 유족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부·여당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선 금방 답을 찾을 수 있다. 사고가 나기 4시간 전부터 112신고가 접수된 사건이다. 막을 수 없었던 사고가 아니라, 막을 수 있었던 사고다. 그럼 당연히 정부·여당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게 맞나?

혁신위를 비롯해 정부·여당이 부디 국민의 입장을 여러 번 생각하고 고려한 행보를 보여주길 바란다. 그거야말로 최고의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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