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설동원 메이드인피플 대표, ‘자신다움’ 발휘할 수 있는 직업 생태계 구축해야
[나는 청년입니다] 설동원 메이드인피플 대표, ‘자신다움’ 발휘할 수 있는 직업 생태계 구축해야
  • 윤덕우
  • 승인 2023.10.31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체험 기반
국내 최초 트레킹 거점마을
영덕 ‘뚜벅이마을’ 론칭 성공
설동원대표4
창업초기 한국문화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한 프로그램의 기념사진. 외국인들에게 농촌체험과 고택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매력적인 콘텐츠로 커뮤니티를 확장해 가는 인재들의 집합체 ‘메이드인피플’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대립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예를 들어,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을 해야 한다거나, 때로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공동체의 이익을 등한시할 수도 있다는 이분법적 논리 속에서 대립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현재는 일과 나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것처럼 내가 속한 조직과 나와의 관계도 재설정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경북 영덕에서 만난 설동원 대표(메이드인피플)는 개인과 조직의 관계 설정은 순전히 CEO의 경영철학과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기업의 대표로서 직원에게 우리 회사에만 충성하라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함께한 프로젝트에서 배운 것을 외부로 확장해서 판을 함께 키워나가자는 것에 의미를 두고 직원들의 성장을 지지할 때, 지속적이고 건강한 관계로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이드인피플은 대표자가 청년이었기 때문에 시도 가능했던 경영철학을 무기로 창업 6년 만에 10억 원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기업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트레킹 거점마을이라는 관광상품과 콘텐츠를 만들어낸 기업이기도 하다.

“저희 회사 직원들은 100% 낙하산이에요. 로컬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 중에 저희 회사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셨거나 저희 구성원들의 강연을 듣고 자연스럽게 직원으로 연결돼서 채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저희 구성원이 되었을 때 직원이라는 인식보다는 각자의 역량을 키우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파트너 관계라는 인식을 서로가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인식들은 더 단단한 팀워크를 만들어내고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죠.”

설 대표는 직원 채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을 ‘청년 스스로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자기다움을 표현하는데 거리낌 없는 사람만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내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회사는 콘텐츠 회사입니다. 새로운 경험에 미쳐 전 세계를 돌아다닌 사람, 행사부터 대형 프로젝트까지 기획했던 사람, 영어에 빠져 한국에서 국제 청년 커뮤니티를 운영했던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경험을 지역색과 연결시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회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자기다움을 지역 커뮤니티, 더 나아가 전 세계 커뮤니티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것 자체가 회사를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경영전략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그 일에 집중하고 있죠.”
 

트레킹·살아보기 프로그램
정체성 살린 경제 활동 지원
경제 활성화·개인 성장 기여


△대한민국 최초의 트레킹 거점마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걷기 여행 성지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포부로 뭉친 드림팀의 시작은 설 대표와 장명석 공동대표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던 11년 전이었다. 스무 살 무렵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두 청년의 케미는 창의적이었고, 역동적이었으며, 도전적이었고, 적극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여행을 사랑한다는 공통점과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기획 자체를 즐긴다는 공통점은 저희 두 사람의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주기에 충분했죠. 하지만 처음부터 공동창업을 고려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대학 졸업 무렵 저는 한 대기업의 인턴사원으로 합격하게 됐는데, 인턴사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게 된 저는 그 자리가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이후 저는 인턴을 취소하고 좀 더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해 보고자 산티아고로 떠나게 됐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저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제 삶을 처음으로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며 걷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죠. 그 시간동안 저는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으며 그 삶들은 저마다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해서 좀 더 다르게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저는 장명석 대표와 창업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공동창업의 시작이었습니다.”

창업을 결심했을 당시 두 사람의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에게 농촌체험과 고택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 서비스 상품을 다양화하는 등의 여러 도전들을 통해 경험치를 쌓게 됐다고 회상했다.

“창업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성장이 어렵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좌충우돌이긴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화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후부터는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만난 프로젝트가 의성의 이웃사촌시범마을에서 청년마을을 기획·운영하는 일이었죠. 시범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괜찮은 성과를 냈고, 이때부터 메이드인피플의 조직 구성원, 로컬 청년, 로컬 일자리, 일자리 생태계라는 키워드를 연결시켜 청년들이 행복할 수 있는 로컬의 모습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죠. 그리고 그 고민은 회사의 조직역량과 결속을 다지기 위한 전략 수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회사는 콘텐츠 회사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적극성이 요구되었는데, 이러한 이유로 현실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의 모습 자체를 고민하게 됐죠.”

일에 대한 경험치는 쌓여갔지만 조직 내 인재관리 대한 경험치는 부족하다고 느낀 두 대표는 자신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과의 대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람 자체에 애정을 쏟아 보자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 내린 1차 결론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잘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은 무엇인지 스스로를 분명히 알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동료로서, 파트너로서 충분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는 결론이었다. 이렇게 다시 의기투합하게 된 10여 명의 구성원들은 설 대표의 트레킹 거점 마을 아이디어에 색깔을 덧칠하고 그림을 수정해 나가며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공모한 청년마을사업에 선정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들은 경북 영덕에서 ‘뚜벅이 마을’을 성공적으로 론칭하게 됐다. 현재 뚜벅이 마을은 메이드인피플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청년들과 함께 로컬을 대표하는 청년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다.
 

설동원 기념사진1
2022년 2월, 블루로드 플로깅프로그램 진행당시 기념사진.
 

“정체성 표현 자유로운 사람
새 콘텐츠 제작 능력 뛰어나
그들이 회사를 성장시킬 것”


△로컬을 사랑하는 청년들과 함께 더 높이 더 큰 도약을 꿈꾸는 메이드인피플

“영덕은 블루로드라고 해서 우리나라 최초의 내륙 해안 트레킹 코스를 품고 있는 지역이에요. 영덕의 블루로드가 특별한 이유는 구간구간이 바다, 산, 들판을 고루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 길이라는 점입니다. 저와 제 동료들은 이 길 자체가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저의 진로를 고민하기 위해 산티아고로 떠났을 때처럼 저마다의 이유로 지역을 찾게 될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게 되었죠. 그렇게 탄생한 프로그램들이 6주 살아보기, 3박 4일 살아보기 등의 프로그램이에요. 지역에서라면 누구든 주체적이고 행복할 삶을 꿈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뚜벅이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설 대표와 그의 동료들이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의미 있어 하는 것, 좋아하는 것, 그리고 잘할 수 있는 것’을 결합시켜 기획되었는데, 구성원들의 진정성이 녹아든 프로그램이라는 이유에서 일까? 일 년에 한 번 진행되는 6주 프로그램의 경우 매번 경쟁률이 5:1 이상을 기록할 만큼 높은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은 메이드인피플과 함께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또 다른 파트너가 되어 지역에서의 삶을 고민하고 있다.

“6주 프로그램은 영해면 한가운데 있는 게스트하우스 ‘덕스(DUKS)’에서 머물며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64.6km의 블루로드를 걷고,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창업 및 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의 디테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무기로 삼은 동료들 개개인이 책임지고 있죠.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만들어낸 참신한 프로그램들이 청년들의 참여 속에서 계속해서 자연스럽게 업데이트되는 등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생각이 결과를 바꾼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결과가 생각을 바꾸는 게 더 효과적이죠.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상상을 로컬에서 결과로 보여준다면 세상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한 번에 깨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을 주도하는 주체가 청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청년실업률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청년들 중에는 자신들이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해 낼 수 있을지 미래가 두렵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메이드인피플 설 대표의 경영철학에서처럼 청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오롯이 무기로 삼을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유연한 시스템이야말로 현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경영의 혁신, 조직의 혁신이 아닐까? 유연한 시스템 속에서 직업 생태계는 다양해질 것이며, 다양한 직업생태계는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청년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역의 부흥을 위해서는 사람 그 자체에 더 많은 노력과 애정을 쏟아야 하며, 그 애정은 유연한 시스템으로 연결시켜한다고 말하는 설동원 대표는 로컬의 일자리 생태계를 건강하고 지속력 있게 만들고 있는 선구자였다.
 

 
이미나(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