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 예우한 尹 대통령 시정연설, 협치로 화답해야
[사설] 야당 예우한 尹 대통령 시정연설, 협치로 화답해야
  • 승인 2023.11.0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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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일 657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편성과 운용에 대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나라 안팎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야당에 요청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예산안 집행과 관련해 수차례 야당을 비롯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자세를 낮추고 야당에 손을 내밀었다. 정치복원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이날 윤 대통령의 태도는 상상 이상으로 야당을 배려하고 예우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본회의장 입장 때는 물론이고 연설을 마친 뒤에도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가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연설 첫머리에선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관례를 깨고 국힘 김기현 대표에 앞서 가장 먼저 이재명 대표를 거명하며 예우를 표했다. 윤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뒤 여야 원내대표 및 상임위원장들과 오찬을 함께한 것도 역대 정권에서 볼 수 없었던 달라진 모습이다.

민주당도 여당과 맺은 신사협정을 준수했다. 윤 대통령 시정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비방 피켓을 들지 않았고 고성과 야유도 자제했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정 기조 전환’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 건 옥에 티다. 신사협정의 취지를 이해한다면 자제하고 단속했어야 했다. 이런 식이라면 진정한 협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윤 대통령은 건전 재정을 강조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다섯번이나 당부했다. 우크라 전쟁에 이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3차 오일쇼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선진국 중에서도 가계부채 문제 등에서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려면 거대 야당 민주당의 전폭적인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연설문 작성에서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거나 비방하는 내용은 빼라고 한 점을 여당 지도부도 본받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먼저 자세를 낮추고 야당에 손을 내밀었다. 야당만 협조한다면 초당적인 정치복원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보여준 전향적 자세에 야당도 협치로 화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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