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유승민 전 의원의 역할
[수요칼럼] 유승민 전 의원의 역할
  • 승인 2023.11.0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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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를 출범했다. 지난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완패함으로써 큰 위기감을 느낀 정부여당은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인요한 연세대 교수는 첫 일성으로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외쳤다.

인요한 위원장은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 영남 스타 의원이 서울로 와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기현 당 대표와 5선인 주호영 의원의 이름까지 거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른바 영남 물갈이론에 불이 붙었다. 이에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전대표는 지난 10월 18일 가진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21 릴레이 정책토론회에서 "계속 앉아서 밥만 먹는 고양이들, 12명의 고양이 키워봤자 도움 안 된다"고 하면서 지역 국회의원을 조롱했다.

TK로 상징되는 경북고 출신들은 한국 주류사회에 자리매김하면서 경제성장의 시대를 이끈 주역이었다. 특히 정관계 등에서 이름을 떨친 이효상, 신현확, 박준규, 김만제, 사공일 등 기라성 같은 인사들이 많아 손에 꼽을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런 대구가 대통령 선거 때가 되면 '보수의 성지, 보수의 텃밭'이니 하다, 총선이 다가오면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되는 곳이라고 폄하하면서 물갈이의 표적이 되고 있다.

경북고 출신이 한국 사회 중심부에 차지할 수 있었던 계기는 5.16으로 등장한 박정희 대통령이며,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을 거치면서 그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그 위상이 추락했지만, '부자집 망해도 삼년은 간다'는 말처럼 그 명맥을 이어오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거치면서 그 위상이 회복되는 듯했다. 1959년생부터 고교 평준화가 되었고, 그 세대들이 정치를 하면서 경북고라는 상징성은 퇴색되었다.

경북고 출신 중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인물로는 김성곤, 김윤환, 그리고 막내인 유승민 전의원을 들 수 있다. 쌍용그룹의 설립자인 성곡 김성곤은 4,6,7,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김진만, 백남억, 길재호 등과 함께 3선 개헌을 주도했다. 성곡은 그 기세를 몰아 당시 김종필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박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치성 내무부장관 해임 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성곡은 10.2항명 파동으로 중앙정보부에 불려가 큰 곤욕을 치뤘다.

허주 김윤환 의원은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선거를 이끌며 킹메이커라는 명칭을 얻었다. 전두환 전대통령 시절 마지막 비서실장을 역임한 허주는 친구인 노태우 당대표를 후계자로 옹립해 대선에서 승리했고, 노태우 전대통령 밑에선 김영삼 총재를 후계자로 지원해 역시 대선에서 승리했다. 2000년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이회창 총재에게 토사구팽 당하여 한나라당을 떠나 민주국민당을 창당했으나 실패하고 세상을 떠났다.

유승민 전의원은 이회창 총재에 의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제17대 당선된 박창달 의원이 의원직을 박탈당하면서 보권선거에 참가하여 이강철 의원을 꺾고 당선되었으며,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을 거쳐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되었다. 유 전의원은 소위 '행정입법 견제'라는 법을 국회 본회의에 통과시켰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정부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공포가 무산됐다. 그에 대한 후폭풍으로 유 전의원은 원내대표직을 사퇴했고, 탄핵을 주도하면서 이후 보수정당 내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이처럼 경북고 출신들이 중앙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탁월한 역량도 한몫했겠지만 지역 출신 대통령의 뒷배가 큰 도움이 되었다. 경북고 막내인 유승민 전의원도 그 혜택을 받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유 전의원은 지역구를 비우면서 중앙정치로 명성을 올린 반면 지역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가 반문하고 싶다. 자신의 지혜만 믿고 현직 대통령에 머리를 쳐들고 성공한 정치인이 있었던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맞선 박철언 전의원이다.

인요한 위원장은 유승민 전의원을 만난 후 "코리안 젠틀맨", "애국자", "합리적인 사람"라고 덕담을 했다. 유승민 전의원은 국민의힘에서 활동했지만 지난 대선에서 오히려 당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자신보다 정치적 경륜이 부족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완패한 이유가 무엇일까?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제3지대론은 언론의 마케팅 전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역 출신 대통령으로부터 혜택을 본 경북고 출신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희생을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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