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 10味, 한국 대표 음식으로
[기고] 대구 10味, 한국 대표 음식으로
  • 승인 2023.11.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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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낯선 도시 환경, 그저 어렵기만 한 직장 상관과 선배들, 업무에 익숙지 못해 실수를 연발할 때쯤, 고향 생각이 절로 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 열두 번은 더 들 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직장생활의 ‘꽃’은 ‘점심시간’이라고 했던가! ‘그만둘까’, ‘계속 다녀야 하나’ 이런 번민들에 휩싸이다가도 점심때 먹은 맛집 음식은 어느새 ‘인생 뭐 있나, 참고 달리는 거지’라며 스스로 위로하게 만들며 점차 배테랑 직장인이 되어가게 만든다.

사법시험을 9수만에 합격하고 서른 넘어 첫 직장을 가졌던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첫 발령지는 대구지방검찰청이었다. 다른 사회초년생처럼 타지에서 직장생활은 어렵고 힘들고 낯설음의 연속이었을 게다. 그래서일까? 그는 대통령이 되고 대구를 방문할 때 마다 대구10미(味) 음식을 찾고 있다. 작년에는 ‘따로국밥’을, 얼마 전 대구칠성시장을 방문할 때는 ‘뭉티기’를 먹었다.

초임 검사 시절, 소뼈를 13∼14시간 동안 고아서 만드는 ‘따로국밥’을 통해 인내심을 배웠을지도 모르고, 오래도록 씹어도 차진 ‘뭉티기’(소생고기)의 질감을 통해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을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외롭고 힘든 타지 생활에 있어 대구10미(味) 음식은 그에게는 ‘변하지 않는 친구’가 되어주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마치 ‘금의환향’처럼 대통령이 되어 대구를 찾자마자 따로국밥과 뭉티기를 찾았으니 말이다.

사실 음식은 평생의 삶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어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최고 권력이 주는 막중한 책임과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나 잠시나마 맘 편히 밥 한끼 먹는 그 순간만큼은 많은 위로와 재충전의 시간을 주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집밥을 그리워 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 시래기나물 무침과 된장국을 즐긴 박정희 대통령, 삭히지 않은 ‘활홍어’를 즐긴 김대중 대통령, 생선을 날로 채 썰어 양념으로 버무린 ‘막회’를 즐긴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을 것이다.

일명 ‘대통령 마케팅’으로 전국적인 음식으로 성장한 예가 있다. 먼저, 전라도 홍어이다. 삭힌 음식의 대명사로 유명한 홍어는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유명세를 떨치며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 다음으로 포항의 과메기이다. 고향이 포항인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 이후, 과메기는 겨울철 별미로 각광을 받아 많은 국민들이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과거 오랫동안 대구 음식들은 “맛없다”, “맵고 짜다” 등 온갖 오명과 편견에 사로잡혀 오랜 세월, 흙 속에 진주처럼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드디어 대구 10미(味)가 전국적으로 각광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 같다. 이를 홍보할 노래도 작년에 만들었다. 가수 김나희가 부른 ‘대구의 맛’이다. 대구10미(味) 음식을 모티브로 한 노래 가사에는 대구 음식의 매력이 이렇게 숨어 있다. “눈에 아른거리는 변하지 않는 맛 그 맛 대구의 맛”

변하지 않는 그 맛으로, 대구인들의 피와 땀이 섞인 그 ‘의리의 맛’으로 대구 10미(味)를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음식으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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