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의대 정원 확대에 거는 기대
[목요칼럼] 의대 정원 확대에 거는 기대
  • 승인 2023.11.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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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오늘은 대학 입학 수능시험 일이다. 오늘 하루를 위해 지난 10여 년간 쉼 없이 달려온 모든 수험생들이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실망이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수능의 결과는 단지 대학입시에 있어 선택의 폭이 넓으냐 좁으냐를 의미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도 잘 못 선택하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보다 반드시 더 나은 삶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학 입시에서 최상위 성적의 자연계 수험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 의대이다. 심지어 최고 명문대학인 서울대학에 합격하고도 전국 어느 곳의 의대라도 복수 합격하면 서울대학을 포기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이지만 우수한 인적 자원이 이공계나 산업계를 마다하고 모두 의료계로 몰리는 이러한 현상이 과연 국가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우수한 인재들이 의료계로 몰려드는 이유는 개인차는 있겠지만 우리나라 의사 소득이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6.8배로 알려져 있어 경제적 안정과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생명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정년이 없으니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할 수 있다. 얼마 전 필자가 사는 곳 근처에 90이 넘은 분이 새롭게 의원을 개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에서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의대 진학을 원하는 많은 수험생에게는 가뭄에 단비가 오는 것과 같은 소식이다. 현재 추세로 볼 때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규모는 알 수 없으나 정원을 대폭 확대할 것이 분명한 만큼 2024년 입시에서 명문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더 문호가 넓어진 의대 진학을 위해 얼마나 많이 중도 포기를 할지 심히 우려된다.
이러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추진된 배경을 보면, 의대 정원이 2006년 이후 18년 동안 3,058명으로 동결되어,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가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7명의 70% 수준에 불과하고, 배출된 의사들도 각종 의료분쟁과 민원으로 인해 특정 분야로 쏠림으로 인해 필수 의료분야인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의 경우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으며, KTX 등 교통수단의 발달로 수도권 대형병원 등에서 전국의 환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지역 간 의료자원의 불균형이 심각하게 나타나 지방에서는 의료공백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하여 만성질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의사를 양성하여 의료접근성과 의료공백 및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 찬반 논쟁이 격렬하다. 즉 찬성하는 측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흔히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3시간대기에 3분 진료'에서 벗어나 대기시간 단축과 환자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과 특정 진료과목에 대한 의사 부족 현상 및 지역 간 의료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데도 크게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지역 간 의료불균형 문제나 서비스 질 개선 문제는 의료 인프라와 의료 수가와 같은 제도적 개선의 문제이기 때문에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전혀 해결되지 않으며, 오히려 교육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나 병원의 인프라 확충 없이 의대생만 증가시키면 늘어난 의대생들의 실습 기회나 임상 교육이 부실해져 오히려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의료계의 반발은 크겠지만 의대 입학정원의 확대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다만 그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정부와 의료계와 격론 끝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의료계를 제외하고 대부분 정원 확대에 공감하는 사회적분위기와 증원과 관련하여 정부가 실시한 수요조사에서 전국 40개 의대에서 2,000명 이상 최대 2,700명까지 가능하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새롭게 의대를 신설하고자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이 의대 졸업 후 충분히 수련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는 큰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보다 지역 간 의료불균형을 해소하는데 두어야 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2017년부터 지난 2021년까지 8천 5백여 명의 의과대 졸업생 중 57.7%가 수도권에 취업했고, 서울 취업자 중 지방 의대 졸업생이 47.7%나 돼 지역 의료인의 역외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대구 지역만 하더라도 수련병원 필수의료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지역 간 의료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고, 현재와 같이 역외 유출만 가속시킨다면, 의사 수를 늘려 국민의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고자 하는 정책 목표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정부에게 솔로몬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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