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자녀는 내 삶에 찾아온 손님
[달구벌아침] 자녀는 내 삶에 찾아온 손님
  • 승인 2023.11.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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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우연히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봤다.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의 일부는 또렷이 내 귀에 남아있다. 그는 자녀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향해 "자녀를 손님이라 생각하세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영상을 접할 당시에 본인도 한창 자녀의 문제로 머리가 복잡한 상태였기에 그가 말한 '손님'이라는 말은 어둠 한가운데 있는 나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처럼 느껴졌다. 자녀를 손님이라 생각하고, 손님을 대하듯 하라는 말을 받아들이고 나니 이내 무거운 돌덩이 하나가 어깨 위에서 내려진 듯했다. 이제부터 자녀를 손님이라는 개념에 대입해서 자녀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려 한다. 어떻게 손님을 맞이하고, 어떻게 손님을 잘 쉬게 할 것인지, 그리고 또한 어떻게 떠나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는 가정 안에서 수시로 손님을 맞는다. 손님은 우리 집을 방문해 준 참으로 귀한 사람이다. 그래서 잘 모셔야 한다. 어느 나라에서는 '손님은 신이 보낸 천사'라고 표현할 정도로 손님이 찾아오면 온 정성을 쏟아부어서 극진히 대접하는 문화가 있다. 손님맞이의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기쁜 마음으로의 환대다. 그 마음은 모든 만남의 기본이 된다. 환대는 바로 좋은 관계의 시작인 셈이다. 그렇듯이 우리도 자녀에게 해야 할 첫 번째 태도는 환대(歡待)다. 너무나 고마운 사람을 맞듯 그의 방문을 환영해야 한다. 요즘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숙소를 구할 때 호텔을 통해서도 빌리지만 숙소를 빌려주는 사이트를 통해 집을 빌리는 일이 흔해졌다. 이때 숙소를 빌려주는 사람을 호스트라 하고, 집을 빌려서 머무는 사람을 게스트라고 한다. 그렇다면 부모는 호스트가 되고, 자녀는 게스트가 된다. 이 개념으로 조금 더 자세히 정리해보자.

먼저 방을 빌려 잠시 머무는 사람은 게스트다. 그는 지켜야 할 그 집의, 호스트가 정한 기준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그 기준만 잘 지키면 머무는 동안의 규칙은 게스트가 정하기 나름이다.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누워 잠을 청하는 것까지 모두 기준은 호스트가 아니라 게스트의 마음이다. 게스트의 마음에 따라 신체적 리듬에 따라 늦게 일어나도 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된다. 모든 기준은 손님에게 맞춰져 있다. 그렇지 않고, 주인이 아침형 인간이라고 아침 일찍 자는 사람을 깨워서 일어나라고 문을 두드리는 호스트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게스트는 그곳을 전혀 편해 하지 않을 것이고 다시는 쉬러 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쉬는 동안의 기준은 누구에게 맞춰야 하는가? 분명하고 간단하다. 바로 게스트의 기준이다. 그는 우리 집에 온 손님이기 때문이다. 만약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이른 새벽의 물안개를 보여주고 싶고, 늦은 밤하늘의 별을 보여 싶다면 게스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우리 집에는 이러이러한 좋은 구경거리가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라며 정중히 건의해야 하고 나아가 게스트에게서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게스트가 보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이것은 좋은 것이야 하고 강제적으로 한다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곳 1순위가 되어, 아주 낮은 점수로 평가를 내릴 것이다. 삶의 속도는 게스트에게 맞춰야 한다. 빠르고 느리고도 모두 기준은 게스트에 맞혀져야 한다.

다음으로 게스트가 집으로 오면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많은 간섭은 금물이다. 집을 빌려 주었다면 마치 호스트가 없는 것처럼 편안한 곳이 되어야 한다. 머무는 시간 동안은 마치 내 집인 것처럼 편한 곳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도움을 필요로 하면 언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리 정도에 있는 든든함 정도는 필요하겠다. 있지만 없는 것처럼 편안하고, 없지만 있는 것처럼 든든함이 호스트가 갖춰야 할 기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스트가 머무는 동안에는 호스트는 호스트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게스트가 무얼 하는지 너무 관심 가질 필요가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게스트를 잘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게스트는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다. 떠날때가 되면 미련 없이 보내줘야 한다.

우리 자녀는 손님과 같다. 그래서 진심으로 환대하고, 가족이란 울타리가 어떤 곳보다 편안한 곳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삶 역시, 부모의 삶이 아닌 자녀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해줘야 한다. 그리고 떠나갈 때 주저 말고, 잘 보내줘야 한다. 우리 삶에 찾아온 자녀라는 손님과의 동거가 행복하도록 생각을 잘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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