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반려견인가? 애완견인가?
[대구논단] 반려견인가? 애완견인가?
  • 승인 2023.11.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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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반려견이 대접받는 시대이다. 예능 프로에서 가장(家長)의 서열 순위는 반려견보다 아래이다. 가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인기가 반려견보다 못한 것이다. 예능 프로는 시청자들이 웃자고 만든 프로이지만, 은연중에 세태를 반영하기도 하여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씁쓸한 면도 있다.

그러나 한걸음 물러나 생각하면 반려견에게 양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반려견들은 일명 ‘강아지 공장’에서 생산·판매되는 경우가 있다. 강아지 공장의 어미 개들은 강아지 생산을 위해 원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강제로 개복수술을 받기도 한다. 강아지들은 공장주인의 영리적 목적 달성을 위해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생산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물건처럼 구매된 강아지들은 물건처럼 취급받는다. ‘반려 가족’으로 인식되지 않고 ‘애완’의 목적으로만 소비된다. 주인의 성향에 따라 몸집이 변형되고, 머리 모양도 달라지고, 이상한 옷도 입고, 눈썹도 그려지고, 입술도 다듬어지다 끝내 병들면 쉽게 버려진다. 2022년에 11만 마리의 강아지들이 버려졌다(농림축산식품부 발표). 강아지들은 제 뜻과는 관계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고, 제 의지와는 관계없는 모습으로 살다 죽는다.

여기에 더하여 극단적 이기주의자들을 만나면 강아지들은 중성화수술의 대상이 된다. 그들은 ‘강아지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성화수술은 수의사가 동물의 특정 생식기관을 제거하는 것이다. 수의사들은 중성화수술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중성화된 강아지는 전립선 비대증이나 전립선암의 위험을 줄인다.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수컷 개의 공격성을 줄여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 중성화된 강아지들은 성격이 온순해져 주인의 말을 잘 듣는다. 중성화된 강아지들은 중성화되지 않은 강아지보다 수명이 연장된다. 이런 장점들은 확실한 검증을 거친 것도 아니다. 영리가 목적인 수의사들의 개별 주장도 포함되어 있다.

인간은 인간의 우월성을 반려견에게 발휘한다. 반려견을 중성화 시켜 생명체의 종족 보존의 본능을 빼앗는다. 그리고 그들은 반려견의 목에 무거운 쇠사슬 줄을 걸고 뻔뻔하게 다닌다. 죄의식도 없다. 중성화된 온순한 반려견들을 마음대로 훈련해 즐기고 있다. 반려견들이 고통을 당할 때 그들은 웃고 있다. 반려견은 반려견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경우를 식물에서도 볼 수 있다.

1980년대에 분재 키우기가 유행했다. 집집에는 으레 분재를 몇 그루씩 가꾸고 있었다. 도시직장인들은 일요일이 되면 분재 나무를 구하기 위해 산 계곡을 찾아 나섰다. 비정상적으로 굽어졌거나 휘어지고, 묘하게 자란 것들을 골랐다. 톱으로 무조건 잘랐다. 푸른 잎들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지만 아랑곳없었다. 직장에서 자연보호를 강조하였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내로남불이다. 나무를 분에 심을 때도 그렇다. 분의 크기에 맞추기 위해 뿌리를 이리저리 잘랐다. 나무를 살리려고 하는지 죽이려고 하는지.

나무는 분재에 심어져 이제 2차 고난을 겪었다. 멋진 모양(?)을 만들려는 인간의 이기심은 나무를 그냥 놓아두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수형을 잡으려고 철사 걸이를 한다. 줄기와 가지를 이리저리 휘감고 비틀고, 자른다. 나무도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나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간의 욕심의 제물이 되었다. 줄기와 가지와 뿌리를 잃은 나무들이 잘 자랄까? 대부분 실패하였다. 병들어 죽고, 말라 죽고, 인간이 싫증을 느껴 죽었다. 인간이 자연에 조금만 겸허하고 진실했더라면 나무는 제자리에서 인간에게 삶의 자양분을 제공하였을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반려견에 지극한 사람이 꽤 있다. 그들은 최고급 반려견 전문 식당을 자주 이용한다. 이곳은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반려견의 종류, 체질 등을 미리 파악해 메뉴를 구성하는 곳이다. 식사 가격은 사람의 식사비보다 훨씬 고가이다. 이렇게 최 고급식을 상용하는 반려견도 때에 따라서는 비참하게 수술대에 누워야 한다. 반려견의 항문낭은 인간의 방귀 같은 냄새를 분비한다. 인간이 냄새를 고약하다고 느낄 때 항문낭 제거 수술을 당한다. 인간의 악마성 성향이 나타난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감각으로 인지한 것들을 이성으로 바꿀 수 없을 때 인내의 한계점을 만난다. 사랑은 언제나 변한다. 반려견에 대한 사랑이 식을 때 반려견은 유희에 불과했음을 실토하게 된다. 반려견은 애완견일 뿐이다. 생물은 인간의 이기심을 충족시키는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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