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소리꾼 김단희 독창회Ⅱ ‘단희요(謠)’, “기품 있는 서도민요, 현대적 감수성 더해 풍성하게 전달”
서도소리꾼 김단희 독창회Ⅱ ‘단희요(謠)’, “기품 있는 서도민요, 현대적 감수성 더해 풍성하게 전달”
  • 황인옥
  • 승인 2023.11.1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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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구문예회관 비슬홀
평안도·황해도 민요 ‘서도소리’
거친 풍토 버틴 굳센 감성 기반
악센트 없고 절제된 감정 특징
동시대 소통 위해 현대화 추구
공연 대비 젊은 작곡가와 협업
교방살풀이춤, 장구까지 선봬
분단 후 맥 끊기고 기반 취약
전국 인간문화재 2명 중 1명
“더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 커”
김단희프로필사진
서도소리꾼 김단희

이제 갓 서른인 젊은 소리꾼 김단희와의 대화에서 “고작 두 번째 독주회를 앞둔 젊은 소리꾼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전통 서도소리에 대한 강한 확신과 현대적 감각으로 독주회를 구성한 점에서 청년 소리꾼이라는 수식어를 뛰어넘는 내공을 느꼈다. 서도소리에 대한 자부심, 더 잘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에서 대구 유일의 서도소리꾼으로서의 면모가 배어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독주회를 기획한 그가 “소리는 죽을 때까지 배움을 이어가야 한다. 독주회는 각 단계마다 내가 배운 것을 관객에게 평가 받으며 소통하는 시간”이라며 독주회가 갖는 의미를 짚었다. “소통하는 그 자체도 배움의 단계로 생각해요. 관객들이 제 소리를 듣고 진심으로 박수쳐 주시거나 조언해 주시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새움이 쌓여가는 것 같아요.” 특히 그가 지난 9일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자로 선정되어 이번 독주회의 의미가 배가 되고 있다.

소리꾼 김단희의 서도소리독창회Ⅱ ‘단희요(謠)’가 24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린다. 김단희는 이번 독주회가 “고전 서도소리의 우아함이 현대적 감성으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게 되는 무대가 될 것”임을 귀띔했다.

서도 소리꾼답게 이번 독주회는 서도소리 7곡으로 구성된다. 먼저 긴 사설을 빠르고 일정한 박으로 이야기하듯 엮어서 부르는 평안도의 대표적인 민요인 ‘엮음 수심가’와 황해도의 대표적인 민요로 불가의 음악을 연상시키지만 사설이나 음악적인 특징은 불교음악과 무관한 ‘불이로다(긴염불)’, 남녀 간의 정(情)을 엿가락처럼 늘리는 황해도와 평안도의 소박한 민요 ‘느리개 타령’을 노래한다.

그리고 민중의 흥과 감성이 잘 묻어있는 황해도 민요인 ‘난봉가’(사설난봉가-연평도 난봉가)와 서서 부르는 것이 특징인 ‘놀량’, 어업이 성행하고 아름다운 백사장으로 유명한 황해도 장연군 장산곶 남쪽의 항구인 몽금포를 노래한 황해도 민요 ‘몽금포 타령’, 쓰르라미의 우는 소리와 처녀 총각의 애달픈 사랑을 노래한 황해도 민요 ‘싸름 ·금다래꿍’ 등이 이어진다.

국악하면 서울·경기지역의 서울경기민요, 함경도·강원도·경상도의 동부소리, 전라도의 남도소리, 제주도의 제주민요와 함께 평안도와 황해도의 서도소리로 나뉜다. 예부터 관서지방인 북방 이민족과 인접했던 평안도와 황해도를 기반으로 하는 서도민요에도 거친 풍토와 북방 이민족과의 갈등을 감내하며 굳세게 살아온 서도지방 사람들의 생활감정이 녹아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 29호인 서도소리는 분단 이후 북한에선 맥이 끊기고 남한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남도소리나 경기민요에 비해 기반이 약한 것이 현실이다. 단 2명의 인간문화재를 중심으로 서울·경기지역에서 서도소리를 계승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경북권은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대구에서는 김단희가 유일하게 서도소리의 명맥을 잇고 있다.

그가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고 절제하며 기품을 유지하는 것”을 서도소리의 매력으로 꼽았다. 특히 이북의 소리인 만큼 지역 사투리가 크게 섞이지 않아 악센트가 없고 평온하다는 장점도 관객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서도소리만의 매력 포인트다.

경상도 사투리에 익숙한 그가 평안도나 황해도의 소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평안도와 황해도의 문화적인 특성과 특유의 어투를 맛깔스럽게 표현해야 하는 것이 관건인데, 경사도 출신인 그에게는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귀부터 먼저 여는 것이 서도소리를 잘 할 수 있는 첫 번째 자질로 꼽았다. 그런 소신에 따라 시간만 나면 옛 선조나 스승의 녹음본을 듣고 또 듣는다.

“스승님이신 서도소리 국가중요 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보유자인 김광숙 선생님께서 먼저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말씀하셨어요. 수없이 반복해서 듣다보면 몸에서 체화된다고 하셨어요.”

전통 국악의 당면 과제는 동시대성의 확보다. 김단희는 과거의 문화와 음악적 형식을 원형 대로 계승하는 것과 함께 동시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현대화된 음악을 추구한다. 동시대인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음악은 박물관에 박제된 유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도 철학에서 나온 행보다.

이런 소신에 따라 그는 전통 서도소리 공부에 매진하는 한편 독주회를 통해 전통의 현대적인 재해석을 시도한다. 이번 독주회의 연주곡들도 젊은 작곡가들과 협업해 전통곡에 작·편곡을 가미했다. 강한뫼, 장유리, 손다혜, 이지민 등의 작곡가들이 편곡 작업을 함께 했다. 해금에 최유하, 피리와 생황에 정규혁, 장구에 박창원이 함께하고, 드럼 조대철, 베이스 이기욱, 신디사이저 조성현 등의 타 장르도 가세하며 전통 서도소리에 현대성을 가미, 풍성함을 더한다.

서도소리꾼으로서의 길을 잡았지만 대학에서 남도민요와 경기민요, 서도민요 등을 두루 배웠다. 서도소리 이수자 곽동현의 영향을 받아 서도소리로 방향을 잡았다. 대구 유일한 서도소리꾼이라는 의미는 스승이 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현재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인간문화재 보유자인 김광숙 선생에게 사사하고 있다.

그는 “소리꾼은 만능예인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옛날 소리꾼들은 춤과 노래, 연기와 악기까지 다루는 만능 예인이셨어요. 많은 부분에 능함으로써 소리에 깊이와 넓이가 두터워 질 수 있죠.” 만능이 되기 위해 김단희는 대학 재학시절부터 장구와 꽹과리, 그리고 전통춤 등 전통 예술 장르를 다양하게 섭렵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금 공부도 시작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소리를 하며 지금까지 배웠던 장구와 춤 실력도 발산한다. “교방살풀이춤의 정수만 뽑아서 소도소리와 함께 보여주게 됩니다. 춤이 가미되면 소리를 더욱 이해하기 쉽게 되죠.”

유일하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희소성의 이점도 있지만, 외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유일하게 한다는 즐거움과 자긍심이 더 크다”고 했다. “혼자여서 외롭다기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주는 외로움이 더 큰 것 같아요.”

국악은 선배나 스승으로부터 후대로 이어져왔다. 21세기에도 전통예술이 홀대받는 시대를 견뎌온 스승이나 선배 세대가 가진 내면의 단단한 근육과 그들의 음악적인 경험들은 후배들의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김단희의 1, 2회 독주회는 ‘사업’이 아닌 ‘사람’을 지원하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청년예술가 육성지원사업으로 가능했다. 그는 6기 청년예술가로 지난 2년간 대구시립국악단 양성필 악장을 멘토로 활동했다. 양성필은 이번 김단희 독주회의 사회자로도 나선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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