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질문하지 못하면 살기 어려운 세상이 온다
[대구논단] 질문하지 못하면 살기 어려운 세상이 온다
  • 승인 2023.11.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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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 행복학교 교장
인문학에서 균형이란 단어는 매우 의미 있는 화두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며 개발과 출시를 다투는 신기술이란 변혁 속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아직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오늘을 돌아보면 ‘가장 불확실한 미래를 앞둔 현대인들’이라고 나는 표현하고 싶다. 그 이유는 AI (Artificial Intelligence) 혁명 속에서 개인의 철학과 사고가 없다면, 모든 것을 인공지능에 물어보고 의지해야만 하는 날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AI, 특히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GPT의 성장 속도는 너무나 빠르다.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생성형 사전학습 인공지능)는 딥 러닝 모델인 변환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며, 언어 번역, 텍스트 생성, 질문 답변 등과 같은 작업을 위해 설계됐다. 2018년에 시작된 GPT는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다. 2019년 GPT-2는 일관되고 상황에 맞는 텍스트를 생성하는 능력으로 주목을 받았고, 불과 개발 2년 만인 2020년에 공개된 GPT-3는 1천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포함해 규모 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루어 더 높은 수준의 문맥 이해를 보여주며 인간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성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궁금한 점을 물어봤을 때, 단문으로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방대한 정보들에 근거해 사용자와의 대화 형식으로 충실하게 원하는 답을 생성,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살기 편한 세상이 온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반드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사용자인 인간이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고리타분하게 사고와 철학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GPT는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어떤 질문을 하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즉 질문을 잘못했을 때, 엉뚱한 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답이 도출됐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모른다면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비단 AI와 GPT에게 내리는 프롬프트, 명령어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더라도, 질문의 중요성은 언제나 강조돼 왔다. 18세기 프랑스 작가였던 볼테르는 ‘사람을 판단하려면 그의 대답이 아니라 질문을 보라’고 말했고, 미국의 전설적인 코치, 루 홀츠는 ‘나는 그 어떤 경우에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배우지 않았다. 내 모든 배움은 대화 중 질문을 던지면서 비로소 시작되었다’라고 했다. 즉 질문은 단순한 언어 영역에서 벗어나 그 사람의 지식을 기반으로 한 철학과 사고의 결정체이다. 그리고 답을 위하여 질문하지만 때로는 질문 속에서 우리는 깨우침과 통찰의 해답을 찾기도 한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책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강연가인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 역시, 답을 찾기 전 이유를 알아야 하고, 이유를 찾기 위해 질문을 잘 해야 한다고 하였다. 일을 함에 있어, 어떤 이유에서 어떻게 질문하는지 따라 과정과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예를 들어 보자. 현금 10만 원을 줄 테니 3m 넓이의 널빤지 위를 걸어보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건널 것이다. 하지만 100미터 상공의 두 건물 사이에서 같은 폭의 널빤지 위를 쉽게 건너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돈보다 자신의 목숨이 더 소중하기에 그런 위험부담을 가지기 싫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을 바꾸어 보자. 만약 건너편에 사랑하는 당신의 아기가 울고 있다는 이유를 든다면, 돈을 떠나 대부분의 부모는 망설임 없이 건너고 말 것이다. 바로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또 어떤 이유인지에 따라 답은 바뀔 수 있다.

사람이 늙지 않으려면 호기심을 잃지 않아야 하고, 호기심의 근본은 왜(Why)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끊임없이 뇌리에서 숨 쉴 때, 우리의 열정은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점점 편리함으로 채워질 미래사회, 질문의 중요성이 주목받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우리 인간의 몸은 더 편안해지지만,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마음은 균형을 잃을 것이다. 질문을 제대로 못 하면 살기 어려운 세상이 급속히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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