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녀 ‘슈퍼 거북’ 만들기
내 자녀 ‘슈퍼 거북’ 만들기
  • 여인호
  • 승인 2023.11.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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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사교육 드라마가 방영된다. 드라마의 배경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비슷한 또래 자녀를 둔 부모들은 드라마의 주인공에 이입되어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마치 본인들의 삶처럼 느끼며 어느 순간 드라마 속 배우들의 삶을 따라 하며 동화되어 간다.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20부작으로 방영되어 사교육의 민낯을 보여준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배경은 가상의 학교 신아고이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엘리트가 사는 스카이 캐슬. 누구보다 위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고 살아야 한다는 그릇된 신념 아래, 겉으로 보여 지는 그들의 우아한 삶과는 다르게 욕망과 시기로 가득찬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또 하나의 사교육 드라마로 2022년 4월부터 16부작으로 방영된 ‘그린 마더스 클럽’이 있다. 초등학생을 둔 다섯 명의 엄마들이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녀들을 영재고를 거쳐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교육 플랜 하에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 담긴 내용이다. 드라마의 주 무대가 된 상위동으로 이제 막 이사를 오게 된 동석 엄마 이은표(이요원 분)는 “저는 그런 쪽 엄마는 아니라서요.”라는 말과 함께 자존심 강하고 말과 행동에는 심지가 있는 인물로 그려지나 내면에는 인정욕구와 지적 허영이 도사리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남다른 재능을 가진 아들 동석을 통해서 자신의 어린 시절 콤플렉스를 해소하려 하지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아들 동석은 급기야 말문을 닫게 된다.

자녀를 기르다 보면 부모들은 순간순간 자녀에게서 특별한 능력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특별한 능력 때문에 ‘내 아이가 혹시 천재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한 번 쯤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부모는 드라마에서처럼 내 자녀가 가진 재능을 살리고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교육 현장을 찾아다니기도 했을 것이다. 때로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멈춤 할 때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마치 슈퍼 거북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얼마 전 2023년 수능 시험이 치러졌다. 그동안 수고한 수험생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며 유설화 작가의 <슈퍼 거북>(2016년)이란 그림책을 소개하려 한다. 이 이야기는 경주 도중 방심한 토끼가 나무 그늘에서 잠을 자는 바람에 꾸물이란 이름을 가진 거북이가 경주에서 토끼를 이긴 일이 일어나고 난 후의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독자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 그림책의 표지에는 거북이 ‘빠르게 살자!’라는 글씨가 새겨진 머리띠를 묶으며 입을 꽉 다물고 있어 거북의 비장함이 잘 나타나 있다.

경주에 이긴 거북이 꾸물이는 이미 스타가 되어 버렸다. 온 도시에 슈퍼 거북 바람이 불었고 너도 나도 꾸물이를 따라 하기 시작한다. 거북 등껍질을 산다거나, 거북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거북당 빵집에서 빵을 먹기도 한다. 주변의 관심에 꾸물이는 슈퍼 거북으로 봐 주는 주변 동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진짜 슈퍼 거북이 될 것을 결심하고는 빨라지는 방법이 나온 책들을 모조리 따라 하기 시작한다. 달리기, 높이 뛰기, 근육 강화 시키기, 장애물 뛰어 넘기, 속도 높이기 등, 해가 뜰 때부터 달이 질 때까지 훈련을 한다. 이제 거북이 꾸물이는 옆을 지나가도 모를 정도로 진짜 슈퍼 거북이 되었지만 거울에 비친 1천년은 더 늙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쉬고 싶다는 생각한다. 바로 그때 꾸물이는 경주에서 패배한 토끼의 도전장을 받는다. 거북은 경주의 ‘ㄱ’ 자도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주변 동물들의 부추김에 다시 토끼와 경주를 하기로 한다. 슈퍼 거북이 꾸물이는 경주를 며칠 앞두고 경주에 대한 부담감으로 악몽을 꾸는 등 밤잠을 설치게 된다. 경주하는 날에 빠르게 앞서 나가던 거북은 토끼가 한참 뒤쳐진 것을 보고 피곤한 나머지 바위 그늘에서 잠을 자다 경주에 지고 만다. 이제 거북은 비로소 동물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와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슈퍼 거북으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타인의 시선을 벗어나 다시 느림보 거북 꾸물이로 돌아가 일상의 행복을 찾는다.



강순화<아동문학가·글로벌교육재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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