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만필] 가짜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천자만필] 가짜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 승인 2023.11.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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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준엽 시사유튜버(대한민국 청아대)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9·19 군사합의를 준수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영국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열어 9·19 합의 효력 일부를 정지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에서 뜬금없이 갑자기 내린 결정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21일 밤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은 22일부터 12월 1일까지 인공위성을 쏘겠다고 일본 해상보안청에 통보했으나 그 전날 심야에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분명 이번 정부의 조치는 북의 도발로 인한 것이었지만 북은 오히려 적반하장식이다. 북한은 23일 9·19 남북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이 합의에 따라 지상, 해상, 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한다고 밝혔다.

사실 북이 군사합의를 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11월 창린도 해안포 사격을 시작으로 우리를 도발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 장관이었던 김연철 장관도 야당 의원의 ‘김정은 얘기만 나오면 긴장하느냐, 합의를 깬 장본인이 맞나’라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 후로도 북한은 중부전선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총격, 해상 완충구역 내 포사격,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의 미사일 발사, 소형 무인기의 수도권 상공 침투 등 수없이 합의를 어겨왔다. 우리 정부로서는 ‘참을 만큼 참아 왔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럼에도 오늘날 야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조치에 대해 비난만 퍼부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차피 지켜지지도 않을 군사합의를 무리하게 추진한 것은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다. 정부 비난이 아닌 반성부터 하는 것이 옳다.

물론 이번 윤석열 정부의 조치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관계가 더 높아진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책임은 완벽히 북한에 있다는 것은 부정해선 안 된다. 이번 조치는 장기적인 북한과의 관계 회복 측면에서 볼 때도 필요했던 일이다. ‘합의를 어긴다면 우리 정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북에 보여준 것이다. 상대가 우리를 항상 만만하게만 보고 합의를 하찮게 여기는 것은 ‘가짜평화’일 뿐이다. 이번 일로 남북 관계에 ‘진정성 회복’이라는 숨은 의미도 더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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