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제각각 여론조사 결과 문제는 없는가?
[수요칼럼] 제각각 여론조사 결과 문제는 없는가?
  • 승인 2023.11.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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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여론조사(Public Opinion Poll)는 국민들의 정치적, 사회적 현안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를 알아보는 조사이다. 기본적으로 여론조사는 적은 수의 표본(sample)을 통해 전체 집단(population)을 통계적으로 추정하는 방식을 취한다. 따라서 실제 조사를 통해 수집된 표본 결과를 통계적으로 추정했을 때 전체 집단의 결과와 일치하는 경우가 이상적인 여론조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여론조사 결과들을 살펴보면 수행 기관에 따라 결과 값의 차이가 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30일에 발표된 정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갤럽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을 32%로 추정한 반면, 3일 후 리얼미터에서는 48%로 추정하였다. 3일 만에 16%의 지지율 차이를 보였다. 해당 수치는 갤럽에서 추정한 민주당 지지율의 절반 정도의 비율로 엄청난 차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정치가 생물이라고는 하지만 3일 만에 16%의 차이가 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일부 사람들은 여론조사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여론조사 자체의 예측력을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대로 된 여론조사는 매우 과학적이고 예측력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매주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들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큰 문제는 표본 수집과 관련된 문제이다.

여론조사가 높은 예측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수집된 표본 특성이 전체 집단(모집단)의 표본 특성과 유사하거나 동일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지키기는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모집단의 특성을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론조사 기관들은 자신들이 수집한 표본 특성이 모집단의 특성과 유사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는 어찌 보면 여론조사가 가지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여론조사 기관들은 가급적 모집단의 특성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표본 수집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계획대로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 않는다. 무작위로 걸려온 전화를 받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앞서 언급한 리얼미터의 응답률은 2.4%밖에 되지 않았다.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응답자의 특성이다. 여론 조사에 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거나 아니면 열성 당원일 수도 있다. 응답자의 특성이 반영된 표본의 결과를 전체 국민의 생각과 태도로 예측하는 것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응답률이 너무 낮은 여론 조사 결과는 공표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령 여론조사 결과에 응답률을 함께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일반 사람들이 이를 감안하여 결과를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민 입장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응답률이 너무 낮은 결과는 왜곡될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지나친 해석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요즘 언론들을 보면 여론조사 결과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실례로 한 언론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힘 지지율이 오른 것을 두고, 북한 정찰위성 발사로 인해 보수층이 결집한 결과라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그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설령 여론조사에서 이와 유사한 질문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지율 상승의 분명한 원인이라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원래 여론조사는 특정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과 태도를 예측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 목적이지 이를 두고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여 지나치게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왜냐하면 통계적으로는 오차범위 내의 변화는 변화가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기 때문이다. 즉 변화가 없는데 어떠한 이유를 들어 변화가 있다고 해석하고 분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여론조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기관에서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의 추이를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다. 만일 여러 개의 기관에서 동일한 추이의 결과가 나타난다면 이는 어느 정도 받아들여도 된다고 본다. 아무튼 여론조사는 한계점은 있지만 분명 의미 있는 노력이다. 그렇기에 여론조사를 아예 무시해서도 안 되고, 그것이 완전한 진실이라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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