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야바위판 정치
[대구논단] 야바위판 정치
  • 승인 2023.11.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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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김장철이 되니 물가 인상에 대한 불평이 더 커진 것 같다. 정부가 물가 안정에 관한 정책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아심이 생긴다. “잘하고 있다. 잘하겠다”고 말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정책은 정책이 아니다. 이런데도 국민생활과 완전 절연된 활기찬 세계가 있다. 정치판이다. 정말 제멋대로다. 체제의 질서도 없고 큰소리치고 이상야릇한 말을 하고 언론에 얼굴 많이 나오면 유명한 정치인으로 둔갑하는 시대다. 초짜 비례대표 당선자 몇몇이 큰 정당조직을 주무르고 있는 현상이 아무렇지 않게 보여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부인을 입에 올려놓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정치기술을 구사하는 꼴이 예사로 나타나고 사회의 지탄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무슨 축제처럼 국회의원 출판기념회가 국회 안에서 자주 열리고 있다. 여느 선거 시기보다 많이 앞당겨졌고 특이한 것은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들이 당당하게 책을 내고 있다. 책을 보지 못해 디테일한 평가를 하지 못하지만 일반적으로 정치인 당사자가 직접 책을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바쁜 정치 와중에 자료정리하고 글을 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인이 낸 책을 몇 권 본 적이 있는데 거개가 자기 치적을 과장, 확대하여 쓰여졌고 미래의 계획, 정책 같은 것은 실현성이 의심되고 책 면 메우기에 바빴다. 글 솜씨를 보아 대필자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남이 대신 책을 써 줬다면 출판기념회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것이 쑥스럽지 않았을까. 책을 통하여 자기변명을 하는 것이 정치인의 고심거리겠지만 그런 책을 읽어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재미있는 것은 한 가족이 책을 내면서 언론 피알을 하는 것을 보고 정치에 물든 인물은 도긴개긴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와 딸이 책을 내어 사인회로 법석을 떨더니 딸의 어머니가 에세이집을 낸다고 한다. 책을 통하여 하고 싶은 말이 그리 많았을까. 정치에 몰입된 사람들은 체면 같은 것은 염두에 없어 보인다. 어릴 때 야바위 하는 현장에서 아이라고 쫓겨 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조그만 종지 3개를 좌판 위에 놓고 그 하나 안에 윷알을 넣고 섞은 다음에 윷알이 든 종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잘도 찾는데 연습을 할 때는 잘 되더라도 돈을 걸고 바로 하면 헛방이다. 둘러서서 바람잡이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들 편이다. 그들은 돈을 따면 얼른 전을 거두어 사라진다.

정당에서 정치 경험이 적은 강성의원 몇몇이 조직의 길라잡이가 되어 욕을 먹으면서도 당의 보스를 위한 거친 일과 말을 마다하지 않고 사회적 이목을 끄는 계산된 정치행위를 하는 것은 야바위 판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인물과 같다. 둘러서서 돈을 따도록 속임수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자는 일사불란한 행동으로 무조건 길라잡이를 도우는 강성정치인으로 법 규정을 무시하는 짓거리도 한다. 야바위꾼 모두는 얼굴을 내든 내지 않든 보스를 위한 충성심을 불태운다. 야바위 장에 구경꾼으로 갔다가 허황하게 돈을 잃은 사람들은 국민들이다. 그들을 위로하는 척하기도 하면서 조직을 강성으로 무장하는 무리들은 개딸들이라고 이해하면 어떨까.

대통령이 쉴새 없이 세계를 누비면서 외교를 하고 있지만 인기도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개혁을 하겠다고 위원회를 만들더니 저들 신변에 변화를 주는 공천문제가 나오니까 위원회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알맹이 없이 개혁위원회가 폐지한 상태다. 개혁은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돈과 특권과 권력을 지키려고만 한다.

국민들은 정말 답답하다. 윤석열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를 되씹어 볼 때가 있다. 왜 당 대표 선거에서 문제 된 현 국회의원들을 속히 조사하여 처벌하지 않는가. 재판만 계속하면서 국민들의 초관심 사건을 질질 끌어가는 사유가 있는가.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이 되고 있는 야당이 보이지 않는가. 강성정치인들이 검찰은커녕 사법부 판단까지 조롱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현상이 정상이라고 보는가. 국민들이 대통령이나 정부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을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야바위판 같은 정치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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