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사문화된 공직선거법 제24조의 2
[목요칼럼] 사문화된 공직선거법 제24조의 2
  • 승인 2023.11.29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제22대 총선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길거리에는 현역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현수막을 걸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의 룰’인 선거구는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다. 선거구는 공직선거법 제24조의 2에 따라 선거일로부터 12개월 전인 지난 4월 10까지 정해졌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자신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밥그릇인 선거구 확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국회는 이미 법정시한을 8개월 가까이 방기(放棄)하고 있는 것이다. 지키지도 않을 아니 지키지 않아도 되는 법 조항은 왜 만들어 놓았는지 알 수 없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바로 선거구 획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선거구를 획정할 때에는 해당 선거구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이 지역대표성과 적정한 규모의 인구대표성을 담보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대표성을 위해서는 시ㆍ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리적 여건·교통·생활문화권 등을 고려하고, 적정한 규모의 인구대표성을 위해서는 2014년 헌법재판소는 결정에 따라 각 선거구의 인구규모를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와 인구가 가장 적은 선거구의 인구 비율을 2:1 이하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인구 규모는 공직선거법 제25조에 따라, 22대 총선 선거구 인구 기준일은 선거일 15개월 전인 2023년 1월 말이다.

그러나 지난 21대 총선이후 지속적인 수도권의 인구 증가와 농촌지역의 인구 감소로 인해 선거구의 인구 상하한선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많은 기존 선거구의 조정은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경북의 경우만 하더라도 군위군이 대구광역시로 편입됨에 따라 기존 군위·의성·영덕·청송군 선거구는 인구하한선에 미달하게 되어 선거구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군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어느 곳과 합치느냐에 따라 경북에서는 선거구 조정이 도미노처럼 일어나게 된 것이다. 물론 인구의 상하한 비율만 2대1로 정해져 있고 기준인구는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몇 명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선거구 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만, 전체적인 인구 감소로 인해 선거구의 평균 인구는 줄어들고, 수도권의 인구는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자칫 선거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22대 총선 국외 부재자 신고는 이미 지난 12일부터 시작됐고, 다음달 12일부터는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또 다시 제22대 총선에 출마하려는 정치신인들은 깜깜히 선거운동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20일 국회의 지지부진한 선거제 협상으로 국민 참정권 침해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선거구 획정 기준을 조속히 확정해 줄 것을 세 번째로 촉구하였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지난 21일 4개월 만에 재개되었지만 여·야가 선거구 획정의 기준으로 삼는 지역구, 비례대표 의석수를 비롯하여 비례대표 선출방식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여 아직까지 선거구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회의 의무 방기는 총선 출마예정자에 대한 정치적 기본권 침해는 물론 정치 신인들의 진입 장벽을 높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직 국회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바쁠 것이 없다는 듯 정쟁만 일삼고 있다.

이와 같이 국회가 선거구 획정과 관련된 법을 어기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것이 지켜지리라고 믿은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즉 역대 총선을 보더라도 선거구 획정 시기가 18대 총선은 선거일 47일 전, 19대 44일 전, 20대 42일 전, 21대 39일 전에야 겨우 획정되는 등 지난 10여 년 동안 한 번이라도 법정 시한을 지킨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직선거법 제24조의2는 사문화 된 법 조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정치권에서는 선거제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되어 국회에서의 다수 의석을 확보하려는 행위가 각 정당의 존재이유와 직결되기 때문에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기관인 만큼, 그들 스스로 정해 놓은 법 규정은 반드시 지키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