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잘못 알고 있는 음주측정 거부
[생활법률] 잘못 알고 있는 음주측정 거부
  • 승인 2023.11.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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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부동산·형사 변호사
도로교통법 제44조에는 ‘경찰공무원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했는지를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위 법에 의하면 도로를 운전하는 모든 운전자가 음주측정요구에 무조건 응할 의무는 없고, 경찰관이 ‘운전자의 외관·태도 및 기왕의 운전 행태’ 등을 종합해 음주운전의 의심이 있다고 판단됐을 때 음주측정에 응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음주운전 의심 여부를 불문하고 도로를 통째로 막고 무조건적으로 음주측정을 하고, 거부 시에는 음주측정거부로 수사 및 재판을 받을 수 있으니 본인이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이익이 된다.

음주운전과 음주측정불응죄는 별개의 죄이다. 음주운전처벌은 이미 이루어진 ‘음주운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고, 반면 음주측정거부는 기왕의 도로교통안전 침해는 물론 향후의 도로교통안전 확보와 위험 예방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후 음주측정거부를 했고, 사후에 술을 마신 량이 확인된다면 음주운전과 음주측정거부라는 2개의 죄로 처벌돼 형량이 훨씬 높아진다.

음주운전 의심자 A가 이미 귀가했고,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하기 위해 경찰관이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제가 선생님 차를 박았다’라고 말해 A가 확인을 위해 집 밖으로 나왔고, A에게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한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요구했으나 A가 거부해 음주측정거부죄로 재판을 받게 됐다.

그러나 1심은 경찰관이 신분을 감추고 허위 내용으로 A를 불러낸 것 자체가 함정수사에 준하는 위법수사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경찰관 신분을 감추고 불러낸 행위는 적법하지만 ‘측정거부 시 현행범체포 고지를 하지 않은 점, 동행거부권, 묵비권, 변호사 선임권리를 알려주지 않은 점에서 위법한 체포이고 이후 과정은 위법한 측정요구이므로 응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누가 보아도 처벌될 상황이지만 수사기관의 잘못된 위법한 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형사소송법이 각종 절차를 만들어 놓았고 그 절차를 위반했으므로 당연히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경찰관이 B의 차선위반을 단속하던 중 음주운전한 사실까지 추가로 발견하고, 음주측정을 위해 파출소까지 가자고 요구했으나 B가 거부하고 도주하려고하자 B를 강제로 파출소로 연행하려고 했으며, B가 이에 대항해 경찰관이 2주 상해 피해를 입었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하기 위해 파출소까지 가자고만 하였을 뿐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고 이는 불법적인 강제연행에 해당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경찰관의 체포 및 연행 행위가 B에 대한 음주측정 목적인지 아니면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거부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의사였는지가 대외적으로 확인되지 않으므로 당연한 판결이다.

한편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음주측정 요구 당시 개별 운전자마다 그의 외관·태도·운전 행태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할 것이고, 특히 운전자의 운전이 종료한 후에는 운전자의 외관·태도 및 기왕의 운전 행태, 운전자가 마신 술의 종류 및 양, 음주운전의 종료로부터 음주측정의 요구까지의 시간적·장소적 근접성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음주운전을 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해 다시 음주를 하던 중 최초 음주운전 후 약 1시간 이상 경과돼 처음 장소의 음주량과 이동 후의 음주량을 구별할 수 없다면 사후의 음주측정에 의해 음주수치를 확인할 수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고, 그 경우는 음주측정에 불응해도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전체적으로는 음주측정거부가 무죄로 선고되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다. 연말년시 술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술을 마신 후 음주측정요구를 받았을 때 내가 음주측정을 거부할 권리가 있지를 생각하기 전에 대중교통 이용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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