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범물노인복지관 지역사회돌봄 프로젝트, ‘돌아보니 ‘봄’ 이더라’
[화요칼럼] 범물노인복지관 지역사회돌봄 프로젝트, ‘돌아보니 ‘봄’ 이더라’
  • 승인 2023.12.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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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문학박사, 희망정원사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
-테오프라스토스의 명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고독사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 자신이 홀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고독사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의 인지도는 전체 평균 32.3%로 나타났다.

특히 주거 형태나 경제적 지위가 불안정하고, 소득이 적고, 혼자 사는 경우, 본인의 고독사 가능성과 불안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홀로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 시간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칭한다. 고독사는 최첨단을 자랑하는 물질문명에 함몰되어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한 병폐이기도 하다. 이 우울한 연구자료를 읽으면서 고독사에 대한 예방방안은 무엇일까 간절히 소망하다가 요즘 내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일말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최근 범물노인복지관에서는 지역사회돌봄지원사업인 <사진자서전 쓰기, ‘돌아보니 ‘봄’ 이더라’> 프로젝트를 개설하였다. 참여 대상은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돌봄을 수행해야 하는 ‘수성구 거주 60세 이상 중,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국가유공자, 독거노인 등’에게 우선 적용이다.

참여를 희망한 사람들은 일정 기간에 걸쳐 지나온 삶의 궤적을 사진과 글이 있는 자서전으로 엮어내는 작업이다.

일반인들에게도 자서전을 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자신의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말하기도 어려운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일생을 글로 적어나가게 한다는 것은 녹록치않은 일임을 한두 해 경험을 통해 범물복지관 우지연 관장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사업 진행에 앞서 짝꿍쌤 역할을 하는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를 참여자 수만큼 물색했다.

‘일잘러 짝꿍쌤’으로 참여하게 된 분들을 살펴보면, 육필 자서전 형태인 작품집 5~10권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성영희 시인, 강경자 시인, 미술치료사 홍영순, 탑영어 강사 전계숙, 전직 국어교사 정희경, 실버두뇌활성화지도사 권미련, 신분자, 크리에이터 서진향, 그리고 대학생들의 ‘스무 살의 자서전 쓰기’, 초등학생의 ‘햇병아리 자서전 쓰기’, 일반인 대상 ‘시로 쓰는 육필 시집’, ‘꽃과 시가 있는 힐링 인문학 편지’ 등을 전개하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해마다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는 문학박사 곽홍란 시인이다.

특정 참여자를 대상으로, 기획한 학습을 진행하고 어떤 결과물을 도출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고 힘들다. 같은 뜻을 가지고 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들의 삶과 사고, 그리고 표출의 형태는 천편일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 자서전 쓰기, 돌아보니 ‘봄’이더라’의 참여자들은 봉사자인 ‘일잘러 짝꿍쌤’들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간을 살아왔고, 그들은 경험해 본 적 없지만, 입에 담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들이었다.

특히 참여 여성들 가운데는 ‘일제강점’, ‘침탈’, ‘가난’, ‘딸’, ‘어린 도우미’ 등의 일로 인해 꽃피는 산골에서 함박 웃음 지으며 놀아야 했던 시간을 빼앗겨 버린 분들이었다. ‘내 인생이 눈물이다’, ‘눈물없이는 다 말할 수 없다’, ‘우리 아버지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웬수’라는 처절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록하는 것이 ‘일잘러 짝꿍쌤’들의 일이다.

80세가 넘어서야 문해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는 중이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글로 옮길 수 없는 참여자가 대부분이다. 자음과 모음을 짚어가며 상처를 쓰게 ‘짝꿍쌤’의 노력은 참여자들의 흉터를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일이다.

이렇게 얼마 간의 세월이 지난 뒤 참여지, 짝꿍쌤 두 집단 모두의 기억에는 ‘감사’의 사금파리를 줍던 시간으로 반짝일 것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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