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가 아내에게 바치는 詩
류샤오보가 아내에게 바치는 詩
  • 김덕룡
  • 승인 2011.01.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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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 '내 사랑 샤에게' 출간
"지금, 나는 감옥에 갇혀 있어/그대의 손발을 녹여줄 수 없다/그러나, 그대에 관한 기억은/모두 빙설(氷雪)과 인연을 맺고 있다./('그대는 줄곧 추위에 떨고-추위에 떠는 작은 발에게' 중)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의 시선집 '내 사랑 샤에게'가 번역, 출간됐다.

류샤오보와 그의 아내 류샤(劉霞)의 시를 함께 실어 2000년 홍콩에서 출간된 '류샤오보 류샤 시
선' 중 류샤오보의 시만 골라 번역한 책이다.

류샤오보가 아내에게 바치는 사랑의 시 71수를 비롯해 1989년 6.4민주화운동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원혼들을 위로하는 추모시 14수까지 총 85수로 구성됐다. 그 외 류샤오보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글인 '08헌장' '나는 적이 없다-나의 최후 진술' '나의 무죄 변론' 등의 자료도 수록됐다.

1980년 광주의 대학살을 겪으며 지난한 민주화 역정을 거쳐온 우리에게 1989년 6월 4일에 일어났던 중국 톈안문(天安門) 광장의 대학살과 중국의 민주화 운동은 단지 이웃 나라의 정치적 사건으로만 치부할 수 없었다.

그것은 우리에게 광주의 아픔과 똑 같은 분노와 고통을 안겨주었다. 국민을 지키라는 군대가 국민을 학살한 이율배반적 사태는 우리나 중국이나 현대사의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류샤오보는 현재 민주와 자유를 이념으로 중국의 프롤레타리아 독재 정권을 비판하면서 목숨을 걸고 6.4 사태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한 권력구조와 맞서 싸우는 그의 지난 투쟁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한 무모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그의 불요불굴의 정신으로 말미암아 한 가닥 남은 중국의 민주와 자유, 그리고 인권과 양심의 빛이 새롭게 되살아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민주와 자유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현대 국가의 시민이라면 진보든 보수든 막론하고 응당 류샤오보의 목숨을 건 투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민주와 자유라는 이념을 위해 지금 류샤오보는 순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근래 오히려 민주와 자유의 퇴행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여러 현상들이 만연하고 있다.

이제 류샤오보 시의 세계 최초 번역 시집인 '내사랑 샤에게'가 우리의 민주와 자유를 다시 한번 근본에서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아울러 류샤오보의 사상과 문학에 대한 폭넓은 관심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글누림. 304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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