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달구벌아침]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 승인 2023.12.1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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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지극한 노력과 정성을 쏟아서 사람을 대한다면 그 사람은 바뀔 수 있을까? 간절히 바라고, 정성을 쏟으면 가능하지 않겠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본인은 '아니요'라고 말하고 싶다.

돌아보면 내가 살아온 삶 가운데 몇 가지 어리석은 모습이 떠오른다. 그중에 내가 한 최고의 어리석은 생각은 무엇이냐? 그건 바로 '사람을 고쳐 쓰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이 왜 그렇게 어리석은 것이냐 하면, 내가 신(神)도 아니면서 사람을 바꾸려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어딨겠는가? 사람의 마음속에 깊게 새겨진, 타고난 본성을 이 하찮고 무력한 인간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 바꾼단 말인가?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가졌다는 것이 부끄럽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사실이 더 부끄럽다.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은 타인으로 인해 행동의 변화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절대 아니더라'는 사실이다. 나쁜 행동을 하는 성품이 좋지 않은 사람은 잘못된 행동을 쉬이 하고, 또한 누군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 줘도 절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과, 설령 인정은 했더라도 그건 힘의 논리에 의해 어쩔 수 없는 흉내 정도의 '제스처'라고 밖에 본인은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하니 결국 그 사람은 자신의 본성을 잠시 숨길뿐 중요하고, 위급한 상황에 놓이면 결국 감춰왔던 발톱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가 만약 누군가를 변화시키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포기하시라'라고 말하고 싶다. 나보고 너무 사람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 사람을 너무 일찍 포기하는 것 아니냐? 꾸짖듯 물으실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나의 경험상 그것은 불변의 사실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과 오랜 시간 관계를 맺고 살아오면서 불변하는 진리는 좋은 사람은 애당초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반대로 좋지 않은 사람은 좋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타인이 그 행동의 잘못을 알려줘도 그 사람은 무엇이 잘못인지 잘 모르고 도리어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해 준 사람을 뒤돌아 공격할 구실을 찾곤 했다. 즉, 변명을 찾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요량으로 자신의 행동을 지적한 사람을 공격했다. 그래야만 그 사람이 잘못된 것이고, 나의 행동은 다 이유 있는 행동으로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사실은 절대 변함이 없더라. 고로 사람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동안 많은 심리학자가 사람의 성격을 연구했고, 사람의 행동이 바뀔까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서, 자극과 강화물을 통해서 사람을 바꿔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바뀌는 것 같았던 행동들은 어느 순간,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정말 극한의 상황, 자신이 위험에 빠지면 사람은 본성대로 행동이 나오더라는 말이다. 그래서 많은 심리학자들이 입 모아 하는 말은 '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그 사람이 바뀌는 것은 결국 타인에 의해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사람은 정말 변할 수 없는 것일까? 무조건 방법이 없다고만은 또 말할 수 없다. 그러면 언제, 어떻게 변한다는 말일까? 소수의 사람이 특별한 경우에는 변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방법이다. 환골탈태는 (換 바꿀 환, 骨 뼈 골, 奪 빼앗을 탈, 胎 아이 밸 태)의 사자성어로 '뼈대를 바꾸고 태를 빼앗다' '제도나 외모나 글 등을 새롭고 아름답게 바꾸다'라는 뜻이다. 그렇다 사람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자신에 의해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타인이 고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뼈를 깎는 아픔의 시간을 통해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난 뒤 사람은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 타인이 아무리 이야기해 줘도 그것은 부는 바람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서 영향을 줄 수는 있을지는 모르나, 실제 그 사람의 본성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없다.

나 역시 사람을 바꿔 보려, 그를 변화시켜 보려고 참으로 오랜 시간 노력을 해왔었다. 하지만 늘 실패를 했었다.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바뀐 사람도 있긴 한데 그것은 그 사람이 나 때문에 바뀐 것이 아니라, 바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고, 단지 방향을 잡지 못해서 방황했을 때였다. 바뀔 사람은 때가 되면 바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결론은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자고 내 일이나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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