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여론조사
[대구논단] 여론조사
  • 승인 2023.12.1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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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다고 일부에서 이야기한다. 특히 정치 관계 여론조사에는 관심도 많고 시비도 많다.

여론조사는 사회 문제나 특정 쟁점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어떠한 의견이나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를 알아내는 통계적 조사이다. 여론조사는 조사의 전 과정이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지켜진다면, 구성원의 의견을 상당히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양질의 여론조사는 여론의 동향을 참고하려는 목적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초기의 여론조사는 시장조사에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의 기호에 관한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해서이다. 그러다 1935년 미국의 통계학자 조지 갤럽이 정치문제에 관한 여론의 반응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다음 백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여론조사 단체들이 생겨났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방식과 설문지 작성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같은 질문이라 해도 질문에 사용된 어구에 따라 대상자의 응답이 달라질 수 있다. 질문은 응답자들이 내용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논리적 순서로 배열하여야 하고, 응답자들을 당혹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정치적 목적으로 하는 여론조사는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치에 관한 여론조사는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같은 쟁점이라도 어떤 시선에서 보느냐의 관점에 따라,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정치 사회단체의 이해관계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는 오히려 무시당하기도 한다. 또 여론조사 기관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다 보니 부실 여론조사가 자주 공표되어 문제가 생기고 있다. 더하여 빈번한 조사에 따른 소음공해로 여론조사에 대한 피로감마저 유발하고 있다. 대통령은 일찌감치 ‘여론조사 결과가 낮게 나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묵묵히 국민만 바라보며 내 할 일을 하겠다’고 하며 ‘여론조사는 질문과정이 공정하고 과학적이어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었다. 여론조사 기관은 사회적 중요성과 책임에 맞게 등록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칭 ‘여론조사관리 감독법’ 등을 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론조사 기관은 국민에게 검증되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하여야 하는 책무성이 있다.

최근에 이런 여론조사가 있었다.

2023년 11월 24일 오후 1시 04분에 휴대 전화기가 울렸다. 여론 조사 기관‘리얼미티’에서 온 전화이다. 개념 없이 질문과 답이 이어졌다. 그러다 ‘어, 이상한데!’ 갑자기 질문에 대한 선택지 순서가 바뀌었다. 모든 질문에 대한 선택지 순서는 관례에 따라 ‘매우 만족한다, 만족한다, 보통이다, 불만이다, 매우 불만이다’ 긍정적 순서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대통령에 대한 선택지의 순서는 역순이었다. ‘○○○ 대통령의 국정 호감도는 어느 정도이십니까? 매우 불만족이다. 불만족이다. 보통이다….’ 조금 전의 야당 대표에 관한 선택지의 순서는 다른 질문과 같았다. ‘○○○ 대표 단식 후 정치 행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매우 만족한다 ,만족한다 , 보통이다….’ 질문자는 왜 갑자기 질문지를 역순으로 바꾸었을까? 야당 대표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의 배열 순서를 긍정적인 것부터 시작하고, 대통령에 관한 선택지만 부정적인 것부터 시작했을까? 응답자를 당혹스럽게 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공정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겠는가?

우리 경상도 지방의 노인들은 여론조사에 불만이 많다. 불만의 내용은 이렇다. 예를 들어보자, 질문자가 ‘선생님의 출신 지역은?’이라고 물을 때 ‘경상도’라 대답한다. 저쪽에서 ‘조사자의 범위를 넘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는다. ‘선생님의 나이는?’ ‘70대라고 대답하면 전화기는 또 ‘뚝’ 하고 끊긴다’ 물론 이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이런 횟수가 잦다 보니 설명을 변명으로 치부한다. 이때 경상도 노인들은 선의의 거짓말도 한다. 오늘 여론조사에서도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출신 지역은? 경기도’, ‘나이는? 40대’, 사실과 다르게 대답했다. 통과되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여론은 또 다른 여론을 형성하고, 그러다 사실이 된다. 몇십 년 전 모(某)기업에서 ‘○○는 ★★이 제일 좋다 카더라’라는 입소문 홍보를 했다. 성공하였다. 이 기업은 팩트를 근거로 하였다. 그러나 팩트에 오류가 있더라도, 인물이나 정치적인 것에 관한 여론은 팬덤들에 의해 수정되지 않고 오히려 강화되어 견고하게 유지될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여론조사, 특히 정치에 관한 여론조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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