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도시의 가치는 아파트 높이가 아니라 공원 넓이에 의해 결정
[대구논단] 도시의 가치는 아파트 높이가 아니라 공원 넓이에 의해 결정
  • 승인 2023.12.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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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며칠 동안 겨울비가 속절없이 내리더니 갑자기 칼바람과 함께 매서운 한파가 도시의 아파트 숲 사이를 헤집고 윙윙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빌딩 사이에 사는 서민들은 여름에 고층 아파트에서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와 겨울에 빌딩 숲 사이로 불어대는 골바람 때문에 더 덥고 더 춥게 살아야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아파트의 고층화는 공공재의 사유화를 의미하며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자연의 혜택을 약탈하여 일부 계층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름에는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저층에 사는 사람과 함께 누려야 할 바람을 독차지하고 아파트에 살기 어려운 가난한 시민들은 시원한 바람 대신 빌딩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로 숨을 헐떡여야 한다. 한편 겨울에는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와 함께 미세먼지와 각종 오염물로 얼룩진 칼바람이 빌딩 숲의 골바람이 되어 찬 바람에 노출되지만 아무도 이를 걱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정부조차도 나서서 용적률과 건폐율 높이기에 앞장서 서민들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하고 있다.

도시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이어야 한다. 도시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다양한 문화와 경제를 발전시켜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는 아파트를 높이 쌓아 올리고, 공간을 좁게 만들어야 도시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공원은 도시의 녹색 공간이며, 사람들에게 휴식과 힐링을 제공한다. 공원은 공기를 맑게 하고, 미세먼지를 줄여준다. 또한, 생태계를 보호하고, 동식물의 다양성을 보장하며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 시키며 자연과 교감하고, 소통하고, 협력하게 만든다. 반면에, 아파트는 도시의 콘크리트 정글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스트레스와 압박을 주고, 고립과 외로움을 증가시킨다. 더구나 아파트는 공기를 오염시키고, 미세먼지를 증가시키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동식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사람들이 자연과 멀어지고, 소통과 협력을 잃게 만든다.

도시의 가치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사람들의 삶의 질은 공원의 넓이에 의해 결정되며, 여기에 도시의 미래가 달려 있다. 우리는 도시의 미래를 위해, 아파트를 높이 쌓을 것이 아니라, 공원을 넓게 만드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공원이 도시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면 공원은 신체 활동을 장려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사회적 상호 작용의 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녹지 공간이 대기 질 개선, 도시 열섬 효과 감소, 야생 동식물 서식지 제공 등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도시 계획도 전통적인 도시 개발 모델에서 벗어나 지속할 수 있고 생태적인 접근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산업공단까지도 산업공원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성공적인 녹색 도시 계획의 예를 살펴보면 이와 같은 주장이 타당한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뉴욕의 센트럴 파크, 런던의 대공원 등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도시에는 반드시 세계적인 공원이 있다. 이와 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아파트의 높이가 발전의 상징으로 착각하고 계속해서 초고층 아파트를 지으며 경제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일부 아파트 소유자들과 건설업체는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이는 수많은 사람이 누려야 할 신선한 공기, 녹색공간, 깨끗한 물, 녹색 자연을 착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결과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도시인 경주조차도 관광 산업이 지역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조, 유통·상업 다음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층 아파트를 짓지 못해 안달이다.

우리는 전주한옥마을, 서울의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서 도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잘 보여주고 있지만, 거기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각자의 소신은 간곳없고, 효율성만 추구하는 영혼 없는 정부와 일부 건설업체, 지역주민들이 합세하여 도시를 끊임없이 망쳐가고 있으며, 지역주민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전국의 거의 모든 도시가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아파트 공화국을 만들어 버렸다. 이처럼 일부 아파트 공화국과 관련되는 집단들은 부가 증가하였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도시와 서민들은 그들이 누려야 할 공공재가 수탈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더는 거꾸로 가지 말고 도시가 모두가 행복한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도시의 가치는 아파트의 높이가 아니라, 공원의 넓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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