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밥이 있다
어제 납품 처 담당자가 쏟아 놓은 말은
눈물 젖은 밥이었다
말이 많아
너무 많이 먹은 밥
배 터지게 먹어도 살 빠지는 밥
가끔 말속에 끼어 있는 생선 가시는
명치를 찌르는 소화되지 않는 밥
자꾸자꾸 쌓여 가는 말
꾸역꾸역 삼켜야 하는 밥
당신과 가난한 손 모아 쌓은 고봉밥 한 그릇
반찬이 없어도 맛났던 밥
허기가 쌓일수록 더 맛있는 밥
그 맛은
세상 모든 성취보다 더 만족한 성찬
사랑한다는데
허기란 맛있는 밥의 결핍
당신과 손잡고
맛집을 찾아 먹는 밥은 행복한 맛
말의 맛집을 찾으면 맛볼 수 있을까
말속에 있는 행복한 밥
말이 계속되는 한 먹어야 하는 밥
출근하는데
출근하는 것도 결국 밥 먹는 일
◇안철수= 2023년 제31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해설> 일상 속 늘 가까이 있는 것들을 돌아보지 못할 때가 많다. 예술은 어쩌면 먼 것을 가까이 당겨와서 말할 때도 있지만 늘 가까이 있는 것을 다 각도로 들여 다 보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때 독자들은 더 큰 공감을 얻기도 한다. 밥이 또한 그중 하나인데, 시인은 밥과 말을 적당하게 양념을 넣어 비비면서 시 한 상을 차려내고 있다. 세상에 있는 여러 밥을 골고루 음미하는 시인의 관찰력은 여간 예리한 게 아니어서 독자로 하여 골라 먹게 하는 재미까지 주고 있다. 왜 사느냐고 물으면 밥 먹고 살려고 산다는 단순하지만 섬뜩한 대답은 출근하는데, 출근하는 것도 결국 밥 먹는 일임을 시인은 간과하지 않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