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조희대 대법원장님, 필수의료 제발 살려주세요
[의료칼럼] 조희대 대법원장님, 필수의료 제발 살려주세요
  • 승인 2023.12.24 21: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자 뇌 병변 장애 일으켰단 이유
전공의 1년차, 4년 면허 취소 위기
재교부 받아도 응급실 안 간다고
의료 감정이 필수 의료 붕괴 유도
과실 판단, 과학적으로 이뤄져야
손대호
대구동구의사회 회장
황금빛 학문외과 원장
조희대 대법원장님! 판결로 인해서 무너져 가는 필수 의료를 살려주세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필수 의료인들은 법정에 설 일이 많습니다. 의료계는 매번 재판부를 향해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인정해 달라는 목소리를 냈습니다만 해가 갈수록 형량이 심해지고 배상액은 늘고 있습니다.

최근 응급 의학과 의사 A 씨는 대법원으로부터 업무상과실치상과 의료법 위반죄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전공의 1년 차 시절 흉통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흉부 CT’와 같은 적극적인 검사 없이 퇴원시켜 대동맥박리로 인한 뇌 병변 장애에 대한 판결입니다. 환자 측은 우선 책임 범위가 넓은 민사 소송으로 3억의 손해배상을 받고 난 후, 형사 합의금 추가 보상을 목적으로 전략적으로 형사소송을 건 것입니다. 이에 따라 A 씨는 일명 ‘의료인 면허 취소 박탈법’이라 불리는 개정 의료법에 따라 4년의 면허 취소 위기에 처했습니다. 문제는 이 판결을 본 많은 응급의사가 응급실을 떠난다는 겁니다. 아! A 씨도 4년 후 의사 면허를 재교부받더라도 응급실 근무는 다시는 하지 않을 거랍니다.

판사님은 사회 정의를 위해서 고심 끝에 판결했을 겁니다. 문제는 이런 판결 하나가 필수 의료 붕괴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필수 의료 붕괴의 주범이 이런 판결을 내리는 판사가 되는 겁니다. 비약이 심한가요? 필수의료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100% 공감하는 바입니다.

물론! 판사님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판결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의료감정에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통상의 의사’ 수준을 너무 높게 만든 ‘감정 결과’에 있습니다. 감정의는 사건의 모든 과정을 되짚어 볼 수 있고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 감정의 대부분이 대학병원 교수에게 맡겨지고 이들은 통상의 의사 수준이 아닌 자신의 의학적 지식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통상의 의사 수준과 괴리가 클 수 있습니다. 의료사고가 지역 중소병원에서 발생하면 대학병원보다 열악한 인력과 시설 장비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나 논문 쓰듯이 감정하는 경우가 문제입니다.

둘째, 판사 임의로 감정 의뢰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의협 ‘의료감정원’과 전문의학회 감정의는 의료감정에 대한 기본, 심화 교육을 받고 복수의 의견을 청취하는 동료 평가방식으로 최종 감정서를 전달하고 있으나, 법조인들이 별도로 의뢰하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소속된 의사들은 교육과 동료 평가 등이 없습니다. 의료감정 교육과 동료 평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의사에 의한 감정은 의사의 추측성 판단, 보편적 의료 순서 배제, 과정의 적법성이나 환자 특수성 배제, 근거 미약한 편견의 부적절한 감정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판사님이 환자 피해 구제를 위해 인과관계 입증을 완화하고 추정한 결과 필수 의료 붕괴에 일조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장님! 의료과실 여부나 인과관계 판단은 과학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과학적 판단이 필수 의료를 살릴 수 있습니다.

내년은 용띠해입니다. 용은 꿈의 동물입니다. 내년에 필수 의료가 살아날 수 있도록 현명한 판결이 이어지는 한 해가 되길 꿈꿔 봅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