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녘 하늘에 붉은 해 하나 붙어 있습니다.
차를 타고 달리는 노란 들녘이 눈 시립니다.
문득, 저 붉은 해 속이 궁금해집니다.
붉은 해를 가방 속에 쑤셔 넣고 집으로 달려갑니다.
가방에 눌려 손톱 속의 봉숭아 꽃물만 해진 해가
나를 빤히 쳐다봅니다.
◇강명수=전북대 영문과졸업, 『월간문학』등단 ▶제1회 김삼의당 시·서·화공모대전 대상외▶시집 『법성포 블루스』 ▶현)미당문학 사무국장, 전북시인협회 사무국장
<해설> 6행 통연 구조로 되어있는 비교적 짧은 시이다. 첫 행은 서녘 하늘에 붙어 있는 해를 있는 그대로 옮겨적었고, 둘째 행은 그냥 들녘이 아니라 차를 타고 달리는 것처럼 무언가 빠른 변화를 거듭하는 노란 들녘이어서 또한 놀랍고 이때 시인의 심정은 저 붉은 해의 속이 궁금하다는 것인데, 여기까지는 관찰된 대상에서 읽히는 그대로의 묘사에 불과하던 것이, 붉은 해를 가방 속에 쑤셔 넣고 집으로 달려가는 동작을 만나면서 드디어 시는 도발 그 자체다. 해의 장소 이동이 서녘 하늘에서 가방, 손톱으로 다시 봉숭아꽃물로 건너뛰면서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해가 되고 있음은, 미당 서정주 시인의 어떤 알 수 없는 물씬한 피 혹은 혼의 냄새가 이 시 시인의 시풍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