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그마 효과 VS 피그말리온 효과
스티그마 효과 VS 피그말리온 효과
  • 여인호
  • 승인 2023.12.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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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효과의 반대되는 의미인 스티그마 효과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 행태가 나쁜 쪽으로 변해 가는 현상을 말한다. 사회심리학에서 일탈행동을 설명하는 한 방법으로, 남들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면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지만, 부정적으로 평가해 낙인을 찍게 되면 부정적인 행태를 보이게 되는 경향성을 말한다. ‘낙인 효과’라고도 한다.

필자는 일선 학교에서 여러 학생들을 만나 그림책을 매개로 독서치료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관심이나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일부 부모님은 과한 관심을 보일 때도 더러 있다.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말과 행동에이 눈에 띄는 학생들도 있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또래에 비해 느린 학생들도 있기 마련이다. 내 아이가 다른아이들보다 늦된다 여겨지면 온갖 기관을 찾아다니며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고 부정적 결과가나오면 그 순간 부모는 절망감과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봄학기를 막 시작하고 만난 5학년 여학생 민지(가명)가 쭈뼛거리며 다가오더니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을 한다.

“저는 책을 잘 못 읽어요. 많이 부끄럽거든요. 그러니 저한테는 책 읽는 것 시키지 말아 주세요.” 이어서 같은 집단에 있는 동생을 가리키며 “저는 3학년 때 검사를 해서 2년째 난독증 치료를 받고 있고요, 저기 쟤가 제 동생인데, 제 동생(2학년)도 이번에 검사했는데 난독증이라고 해서 저랑 같이 일주일에 두 번씩 상담소에 치료받으러 가요.” 5학년, 2학년이 “저는 난독증 환자예요.” 하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평소 이야기할 때의 유창성과 논리성을 보면 전혀 난독증과는 거리가 먼 학생이다. 읽기 기능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능력 중의 하나이다. 읽기를 할 수 없는 학생들은 대부분의 과목에서 성취수준이 현저하게 뒤떨어진다.

읽기 문제의 원인으로는 정서적인 문제, 낮은 사회 경제적 수준, 부적절한 교수, 부족한 교육기회, 낮은 인지기능 그리고 후천적으로 생긴 뇌 손상 등을 들 수 있지만 이러한 문제들과 직접 연관되지 않으면서도 선천적인 어떤 근원에 의해 읽기에 큰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이 있는데 이런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심한 읽기 장애 현상을 난독증이라고 한다. 난독증 진단을 받은 어린이는 초등학교 2학년 이전에 교육적인 치료를 받는 경우에 80% 이상이 정규학급에 돌아가서 정상적인 성취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필자가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어머님 상담까지 한 결과 주 양육자의 일관성이 없는 교육과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면 초등 교과 수준도 따라가기 벅찬 자녀에게 어른 신문 사설을 혼자 읽게 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수준에 맞는 책 읽기와 반복 학습이 더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여 프로그램 시작 전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에게 호흡, 발성을 통해 정확한 모음 발음하기 등의 훈련을 한 다음 개별 책 읽기를 실시했다.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감과 자존감 높이는 활동을 한 결과 눈에 띄게 책 읽는 실력이 향상되었다. 한 학기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민지와의 상담에서 민지에게 제시한 일은 ‘집에 있는 쉬운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매일 정해진 시간에 큰 소리로 읽고, 동생에게도 많이 읽어주는 누나가 되어 주기’였고 민지도 이에 동의하였다.

민지 남매의 경우, 처음에는 어머님의 지나친 염려와 과도한 교육열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발달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여러 정보를 쫓다 보면 본의 아니게 자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여러 검사를 거쳐 자녀에게 ‘난독증’이란 진단명으로 낙인을 찍어 부모, 자녀 모두에게 상처가 되고 자녀들에게는 낮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살게 했을 것이다.

올해 입학한 학생이라면 해가 바뀌어 학기가 시작되면 2학년이 될 것이고, 지금보다 한 학년씩 진급할 것이다. 학년에 맞게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필자가 자주 언급한 ‘책 읽어 주기’를 지속적으로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며, 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도 조금씩 늘려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스티그마 효과로 낙인을 찍는 부모보다 피그말리온 효과로 내 자녀의 기 살리는 부모,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부모가 되시기를 바라본다.



강순화 <아동문학가·글로벌교육재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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