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디카시, 생활문학 넘어 본격문학 가능성 제시"
[심사평] "디카시, 생활문학 넘어 본격문학 가능성 제시"
  • 배수경
  • 승인 2024.01.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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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선·표현력으로 재미·감동 유발
신춘 디카시 공모대전 수상작 심사평
디카시심사-2
심사위원들이 지난해 12월 21일 대구신문 본사 대회의실에서 ‘2024 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공모대전’ 심사를 하고 있다. 김민주기자

‘2024 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공모대전’에는 700명에 가까운 응모자가 2천 편이 넘는 디카시를 응모했다. 예상 밖의 폭발적 관심과 호응이었다. 심사과정에서 확인된 이번 공모의 가장 큰 소득은, 많은 수의 응모자와 수준 높은 작품들을 통해 디카시가 단순한 생활문학을 넘어 본격문학으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꽃, 애완동물, 풍경, 부모 등 특정한 소재에 응모작들이 편중되는 한계도 동시에 드러냈다. 그리고 상당수의 작품들이 디카시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문장이 사진 설명에 머물고 있거나 반대로 사진이 시의 삽화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심사위원들이 합의한 작품 선정기준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디카시의 개념을 잘 알고 디카시의 작법에 충실한가. 다른 하나는, 새로운 시각과 표현으로 디카시만의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는가. 이 기준을 근거로 691명의 응모자가 보낸 2,073편의 작품 중에서 대상 1편, 최우수상 1편, 우수상 3편, 장려상 10편, 도합 15편에 15명의 수상자를 뽑아야 했다. 먼저 3명의 심사위원이 각각 50명씩 고르고, 서로 겹치는 응모자를 중심으로 압축해가며 15명의 수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2024 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공모대전 수상자
2024 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공모대전 수상자

 

장시간 논의 끝에 박제된 웃음 뒤에 감춰진 고통과 비애를 사진과 촌철의 문장으로 탁월하게 형상화한 ‘감정노동자’를 대상 수상작으로, 삶의 남루함을 감싸주는 사랑의 힘을 자연스러운 터치로 무심한 듯 그려낸 ‘노끈의 힘’을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뽑았다. 그리고 징검다리에서 관용의 미덕을 읽어낸 ‘용서’, 시조의 형식을 디카시에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내시경’, 황태덕장에서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꿰뚫어본 ‘풍장’ 등 3편을 각각 우수상 수상작으로 정하는 데도 이견이 없었다.

끝까지 다투었으나 어쩔 수 없이 밀려난 작품들이 많았다. 부모희생 서사를 뛰어난 영상과 문장으로 풀어낸 ‘등’, ‘기억의 저편’, ‘갯벌’, 대화가 끊긴 노사협상의 난항을 디카시로 포착한 ‘단절’, 초가집의 아련한 저녁풍경을 앞세워 강렬하게 향수를 자극한 ‘향수’, 집게발을 치켜들고 구름을 잡으려는 게의 모습을 통해 디카시만의 해학을 보여주는 ‘흐르는 구름’, 차의 후사경에 비친 봄날의 풍경을 통해서 지나온 시간이 꽃길이었음을 깨닫는 ‘인생’, 우화적 상상력으로 담쟁이덩굴의 절도행각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좀도둑’, 상승도 하강도 할 수 없는 삶의 진퇴양난을 두 편의 영화에 기대어 드러낸 ‘가난의 방향’, 처음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바뀌어가는 버려진 피아노를 통해 제행무상을 갈파한 ‘이름’ 등 10편의 작품들도 빼어난 작품성을 인정하여 각각 장려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자들께는 축하를, 수상권에 들지 못한 응모자들께는 마음을 다해 위로를 드린다.

심사위원 : 시인 강현국, 시조시인 문무학, 문학평론가 김남호(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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