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닭은 달걀을
동글동글 동글동글
더 둥글게도 만들 수 있는데
엄마도 다 생각이 있어
너무 둥글게 만들면
알 낳으면 굴러가잖아
굴러가 깨어지면 안 되잖아
고 속에 병아리
새 생명이 있는데
엄마가 지금의 달걀
그 모양으로 만드는 건
몇천 년 연구해 보니
지금이 딱 좋아서
계속 그렇게 만드는 건
지금이 딱 좋아서래.
◇안영선= ‘아동문학평론’, ‘문학공간’, ‘농민문학’신인상으로 등단. 동시집 ‘잠시를 못 참고’, ‘독도야 우리가 지켜 줄게’, ‘독도는 우리가 지키고 있어요’, ‘대신 맨’ 등. 교원문학상, 공무원 문예대전 최우수상, 해양문학상 받음.
<해설> 동시다. 동시이지만 어른이 읽으면, 읽고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면 동시가 아닌 개성이 있는 현대시가 되기도 한다. 이는 문학이 갖추어야 할 여러 요소 중 “재미”라는 측면에서 이 시는 나름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어른이 읽는 동시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엄마 닭은 더 동들동글 더 둥글게도 알을 만들 수 있다는 거짓말 같은 거짓말인 걸 시를 읽는 누구나 다 안다. 그렇지만 속아주면서 기대하는 다음 연에 들어가 보면 안에 생명이 들어있어 함부로 굴러가면 안 되기에 너무 둥글게는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알의 역사는 몇천 년 이어지면서 변하지 않은 이유가 “ 지금이 딱 좋아서라는” 웃음을 빵 터트리게 하는 감각적 표현은 난해한 시를 접하던 독자들의 머리를 일순간 맑게 한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