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유모차’vs ‘개모차’ 한판 대결
[대구논단] ‘유모차’vs ‘개모차’ 한판 대결
  • 승인 2024.01.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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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언제나 그래 왔듯이 우리는 격변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의 변화는 과거와는 달리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변화에 맞닥뜨리고 있다. 처음으로 겪는 지방소멸과 인구소멸, 어린이보다 노인이 많은 역피라미드 인구 구조, 점점 줄어드는 직장과 심각한 청년실업, 높은 집값 등 항상 모든 것이 성장할 줄로만 알았던 우리의 상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최저의 출산율 및 최고의 자살률 등 온통 우울한 소식으로 가득하며, 최근 개를 태워 다니는 ‘개모차’가 아기를 위한 유모차보다 더 많이 팔린다는 소식에 참으로 어이가 없다. 개모차의 증가는 인구 구조의 변화, 출산율의 감소를 시사하지만, 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는 노동력 부족, 경제 성장의 둔화, 노인 인구에 대한 사회적 부담 증가 등과 연결된다. 이는 사회적 자원의 분배 및 우선순위에도 영향을 미치며, 공공장소에서 유모차 대신 개모차를 더 자주 보게 되면서 어린이를 위한 공간과 서비스가 줄어들고, 영·유아원의 폐쇄로 이어져 어린이들의 사회적 활동과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병든 우리 사회의 면모를 바로 보여주고 있다.

개모차의 유모차 추월은 우리 사회에서 암울한 미래에 대한 경고이다. 반려동물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우리’ 중심의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에서 ‘나’ 중심의 개인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살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이타심은 줄어들고 반려동물과 나 홀로 사는 이기적인 사회로 변화하고 있으며, 점차 남들과 함께 살기 어려운 고독한 사회가 된다. 많은 젊은이가 스스로 가정을 꾸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혼자 사는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젊을 때 자식을 길러 다음 세대로 영원(永遠)히 지속하는 데 이 소중한 가치를 포기할 만큼 힘든 사회가 되었다. 그런데도 공인인 전·현직 대통령이 버젓이 국민의 세금으로 개를 키우면서 개를 끌어안고 새해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인구소멸을 넘어 국가 소멸을 걱정하는 나라의 지도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개 대신에 아이들과 같이 새해 인사를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자기 집에서 개를 키우든 소를 키우던 자유이지만 공동주택이나 공공장소에서의 경우는 다르다. 아파트에서 개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을 보면 공포심마저 들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책로나 공원에서 개똥을 치우지 않는 개 주인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개도 대소변을 볼 자유가 있지만, 목줄을 한 채로 많은 사람이 다니는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마구잡이로 용변을 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개 식용 금지법을 만들었듯이 서구처럼 공동주택에서 개를 키우는 행위나 공원 및 산책로에서 개를 몰고 다니는 것은 분명 규제가 필요하다.

그럼 왜 이같이 세상으로 바뀌었으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것은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낸 자업자득이며, 기성정치인들이 만든 사회적 부산물이다. 모든 삶을 경쟁의 잣대로 바라보면서 ‘우리’는 없어지고 오직 ‘나’만 사는 세상이 되었으며, 사회는 이미 정보사회로 바뀐 지 오래인데 이에 대처하지 못하는 한심한 정치의 소산이다. 청년들은 취업은 되지 않고, 집도 마련하기 어려우니까 가정을 꾸릴 엄두조차 낼 수 없어서 결혼은 하지 않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만 키우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인구소멸을 막고 유모차와 개모차의 매출 대결에서 유모차가 승리하기 위한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 개가 배출하는 각종 폐기물 처리를 위해 반려동물양육세(개세)를 그리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가구는 후세의 복지를 당겨쓰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복지정의세(독신세)를 저출산 대책을 위한 목적세로 부과하여야 한다. 다만 청년들이 결혼해서 자녀를 낳으면 납세액 전액 환급은 말할 것도 없고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는 직장과 거주할 수 있는 집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직장문제의 해결은 자기 직장을 직접 만들고, 적정금액의 월 소득을 국가가 보장하는 이른바 ‘청년연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 주택문제는 1가구 1주택에 한하여 소유권을 보장하면서 ‘저당제도’와 ‘역저당제도’를 서로 연동하여 자금이 있으면 주택에 저축하고 돈이 필요하면 유동화하여 사용하는 이른바 ‘통장주택’을 만들면 주택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고질적인 청년실업과 주택문제가 동시에 해결되어 유모차가 개모차를 뒤집는 세상이 곧 올 것이며,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소멸을 넘어 국가 소멸을 방지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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