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개인전, 주노아트갤러리
리우 개인전, 주노아트갤러리
  • 황인옥
  • 승인 2024.01.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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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신화를 해체하고 재구성 ‘미래신화’ 창조
컴퓨터 페부품으로 인물 등 조각
이미지·입체·디지털 애니로 확장
과거 정신문화를 미래 지향으로
올해 환갑 맞아 12지 동물 형상화
전시작품들
리우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주노아트갤러리 in 아트도서관 전시장 전경.

시간의 톱니바퀴는 블랙홀이다.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빨려들면 무엇이든 숙성된다. 그러나 유통기한은 있다. 빛나는 청춘을 지나 심오한 성숙기를 거치지만 결국 언젠가는 소멸한다. 영원불멸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히 인간에 의해 구축된 위대한 정신문화는 대를 이어 그 가치를 음미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생명 연장을 위해선 동시대인에 의한 창발적 해석이 추가돼야 한다. 동시대인의 정서에 맞는 형식과 내용으로 탈바꿈 할 때 소통력은 높아지고, 생명 연장 가능성은 높아진다.

리우 작가는 비너스나 다비스상 같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이나 중국 고대 신화집 ‘산해경’ 속 캐릭터를 21세기의 과학으로 되살리는데 사활을 건다. 정신문화인 고대 신화를 21세기의 첨단 과학 기술로 형식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첨단 테크놀로지의 대명사인 컴퓨터의 폐부품으로 신화 속 인물이나 종교의 상징이나 동물들을 조각한다. 그의 손끝에서 비너스는 은빛 사이버 인간으로 새생명을 얻는다.

작업의 핵심은 고전의 환골탈태다. 동시대의 과학기술이 획기적인 변신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이때 기술적인 측면은 폐컴퓨터 부속품들이다. 우리 시대의 첨단 기술의 상징성을 폐컴퓨터에 녹여내는 것. 그런데 형식만으로 시대 감각을 획득하지는 않는다. 동시대인의 의식상태에 맞는 주제들까지 아울러야 한다.

그는 과거의 신화를 미래의 신화로 치환하는 방식으로 혁신성을 담보한다. 동시대의 과학기술이라는 기술적인 측면과 과학의 발전으로 야기되는 다양한 사회 문제라는 내용적인 측면을 새롭게 추가하는 방식으로 미래신화의 얼개를 만들어간다. 그는 현대사회가 낳은 주제들로 재구성된 자신의 조각을 “내가 상상한 S.F 신화”라고 명명했다.

동시대의 기술과 문화를 토대로 새롭게 재현되는 고전의 환골탈태는 이미지로, 입체로, 설치 영상으로, 때로는 영화를 닮은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다양하게 확장된다. 해묵은 고대의 신화를 과학기술로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새로운 축의 시대’를 여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미래신화”라고 강조한다.

미래신화 속 풍경은 과거의 인류에서 신인류로 거듭난다. 컴퓨터 폐품으로 만든 인체나 풍경, 동물 등은 미래의 더 발전된 사이버 세상을 암시한다. ‘현실과 가상’, ‘휴먼과 포스트 휴먼’이 맞물리며 익숙하지만 낯선 시간과 공간으로 감상자를 안내한다. 과거의 정신문화를 현대의 기술을 가미해 미래 지향으로 통합하는 역량은 그의 예술이 가지는 탁월성이다.

청룡의 해인 2024년 갑진년 새해에 시작한 그의 개인전에는 자(쥐)·축(소)·인(호랑이)·묘(토끼)·진(용)·사(뱀)·오(말)·미(양)·신(원숭이)·유(닭)·술(개)·해(돼지) 등 12지를 형상화한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고대 중국에선 하늘의 기운을 나타내는 10간과 땅의 기운을 나타내는 12지를 조합한 12간지로 시간 체계를 이해했다. 십간과 십이지를 결합하면 60개의 간지(干支)가 만들어지며, 이것을 육십갑자(六十甲子)라고 한다.

리우는 66년 생이다.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돌아 다시 태어날 때의 해를 곧 맞이 하게 된다. 섭생과 의학의 발전으로 환갑의 무게가 예전 같진 않지만,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인 것은 여전하다.

리우는 환갑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했고, 시간의 톱니바퀴를 12지 속 동물들로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띠를 부여하게 되면서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흐려진다. 이런 세계관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타고난 본성을 일깨우며 뭍 생명들을 존중하게 만들고, 자연환경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라고 가르친다.” 12지에 대한 상상적인 이야기가 평면, 입체, 설치 등으로 확장해 나가는 리우 작가의 ‘테크놀로지 십이지(十二支)’전은 주노아트갤러리 in 아트도서관에서 30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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